6일 오전 일본 도쿄 중심가 롯폰기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왕’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가 특유의 커다란 눈에 웃음을 담고 기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2002년 노래 ‘Don‘t Know Why’와 앨범 ‘Come Away with Me’는 9·11 사태로 슬픔에 잠긴 미국을 위로했다는 극찬을 받으며 그래미상을 휩쓸었다. 지금껏 9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쥔 그를 사람들은 ‘그래미의 여왕’이라 부른다.
동아일보는 다음 달 7일 4년 만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노라 존스(37)를 한국 언론 중 단독으로 도쿄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존스는 “한국 팬이 선물한 바이올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먼저 들어본 그의 신작은 처음 ‘Don’t Know Why’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떠오르게 했다. 2집부터 컨트리나 인디 팝·록에 경도됐던 존스가 14년 만에 다시 재즈와 피아노 앞으로 돌아왔다. 첫 곡 ‘Burn’부터 스피커 앞으로 모여드는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오르간의 소리 입자들이 커튼 자락처럼 낮게 스며 커피색 안개를 형성한다. 그가 신작에 기용한 연주진은 재즈 팬이라면 눈을 의심할 정도다. 웨인 쇼터(색소폰), 로니 스미스(오르간),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 존 패티투치(베이스)….
“한동안 기타로 작곡하는 일에 빠져 있었어요. 하지만 재작년 뉴욕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블루노트 음반사 설립 75주년 무대에서 웨인 쇼터,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공연하면서 피아노가 제게 큰 영감을 준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그들과 다시 한번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에요.”
전작 ‘Little Broken Hearts’(2012년) 이후 존스의 개인사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12년 부친이 별세했고 존스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작고한 그의 아버지는 비틀스에게 인도음악을 가르친 전설적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르. 어머니 밑에서 자란 존스는 샹카르와 생전에 거의 교류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함께 연주한 건 (인도에서 그의 말년에) 딱 한 번이었어요. 그가 제게 몇 가지를 가르치려 했지만 둘 다 서로 완고해서….(웃음) 하지만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그분은 천재였죠.”
존스는 출산 후 아예 부엌에 피아노를 들여놨고 아기에게 재즈를 들려주며 신작 창작의 물꼬를 텄다. “(엄마가 된 뒤) 달라진 점이라면… 와인을 확실히 덜 마시게 됐다는 것?(웃음) 원래 전 영감에 의존하는 편이라 (육아 중에도) 창작 시간 확보엔 문제가 없었어요.”
다음 날인 7일 밤, 존스를 다시 만났다.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클럽인 ‘블루노트 도쿄’ 무대에서다. 붉은 열매들이 그려진 검정 원피스 차림의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신곡을 선보였다. 마지막 곡은 ‘Don‘t Know Why’였다.
‘동이 틀 때까지 기다렸어요/내가 왜 가지 않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노래와 함께 공연장은 순식간에 14년 전 뉴욕의 허름한 재즈 바로 돌아갔다. 리듬에 맞춰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는 것조차 저어될 만큼 농밀한 공기 사이로 존스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먼동이 트는 걸 보며/멀리 날아갈 수 있길 원했어요/끝없는 바다를 건너/황홀함 속에서 죽어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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