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회째를 맞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이 11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남서울생활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다. 24개 나라에서 작가 61팀이 참가해 영상, 설치, 회화, 조각 작품 76점을 선보인다.
표제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가 1952년 발표한 시 ‘20억 광년의 고독’에서 가져왔다.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 뜻 모를 외계어를 굳이 주제로 인용한 데 대해 주최 측은 “고도성장과 민주화를 거쳐 성장해 온 한 도시(서울)가 최초로 봉착한 머뭇거림 앞에서 미래 시제로 고안해 보는 미술언어를 지칭한다”는, 외계어 이상으로 뜻 모를 설명을 내걸었다. 한 전시 관계자는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한 배우 윤여정 씨가 텍스트를 낭독하다가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그럴싸한 의미 부여를 위해 무리하게 조직된 말과 글에 신경을 끄고 시선을 개별 작품에만 집중해 보면 구성은 그리 나쁘지 않다. 서소문 본관의 경우 2층, 3층으로 올라갈수록 헐거워지는 느낌이 있지만 1층 전시실 레이아웃은 각 작품을 나름대로 최선의 공간에 배치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의 19분 길이 영상작품 ‘무제(인간가면)’(2014년)는 서소문 본관 부근을 지나면서 한 번쯤 살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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