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수익률 年10% 보장”… 덜컥 손댔다가는 큰코다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0일 03시 00분


수익형 부동산의 진실

다세대 및 다가구주택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경기 광주시의 한 주택가에 빌라 할인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입주금 1700만 원’은 시행사가 알선해 주는 대출금 등을 뺀 금액이다. 광주=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40대 직장인 A 씨는 ‘연 10%대 투자 수익률’을 약속하는 분양형 호텔 광고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되팔아 주겠다는 영업사원 말에 혹해 지방의 호텔 객실을 13개나 계약했지만 이 중 하나도 전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알선해 준다던 중도금 대출도 나오지 않자 그는 총 15억 원에 이르는 중도금을 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끝내 계약을 해지했다. 허위 마케팅에 당했다고 생각한 A 씨는 계약금과 손해배상금 등 3억4000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허위·과장 마케팅 주의보’가 발령됐다. 최근 오피스텔은 물론이고 분양형 호텔, 지식산업센터, 소형 빌딩까지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투자자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분양업체들의 ‘뻥튀기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꼼수 홍보’도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수익률 10%’의 함정

가장 흔한 과장 마케팅 유형은 ‘수익률 부풀리기’다. 상당수 수익형 부동산 상품들은 연 10% 이상의 기대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이 실제로 달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에서 분양 중인 오피스텔 분양홍보관 10곳에 예상 수익률을 문의한 결과 6곳이 ‘연 10% 이상’이라고 답했다. 7%와 4%라고 밝힌 곳은 각각 2곳이었다.

현재 정기예금 이자율이 1.5%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10% 수익률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6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연 16%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밝힌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 관계자는 “단지 주변으로 새 교통로가 개통되는 호재도 있어 되팔 때는 매매가도 올라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서울 오피스텔의 실제 연평균 투자 수익률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분기(4∼6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5.1%였다. 이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0년 1분기(1∼3월·5.8%)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 왔다.

홍보업체가 내거는 수익률은 대부분 대출금을 뺀 실투자금을 기준으로 계산된 수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래 투자 수익률은 1년 동안 얻는 임대수익의 총액을 총 투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분양홍보관들은 대개 중도금 대출분(분양가의 60% 안팎)과 이자를 투자비용에서 제외하고 수익률을 산출한다.

예를 들어 분양가 1억5000만 원인 B오피스텔을 대출 없이 사서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을 받을 때 실제 수익률은 연 5.5% 정도다. 하지만 중도금 9000만 원을 이자율 3%에 빌렸을 때는 실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11.3%가 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시행사가 저리에 알선해준 대출이라도 나중에 갚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면서 “수요자는 취득세 등 각종 부대비용을 확인해 직접 수익률을 산출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확정 수익률 보장’도 대표적인 허위 문구 중 하나다. 이는 건물 완공 이후 계약자에게 일정 기간 미리 정해놓은 임대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호텔 분양에 자주 쓰인다. 구체적으로는 객실을 위탁 운영하면서 연 2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곳이 많지만 이 역시 대부분 ‘공수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사업자가 초기 공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수익률을 내거는 일이 잦다”며 “특히 ‘페이퍼컴퍼니’인 시행사가 건물 완공 직후 폐업해 버리면 소비자가 운영 수익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 분양업자들이 마케팅을 하면서 내세웠던 혜택들이 계약서에는 교묘히 빠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처음 3∼6개월 동안만 운영 수익을 지급한 뒤 자금난을 이유로 이를 중단하는 운영사가 많다”며 “이 경우 고의로 소비자를 속였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워 형사 고발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금·복비 떼고 나니 남는 것 없어”

때론 건물이 완공된 뒤에도 예상치 못한 지출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곤 한다. 임차인을 꾸준히 끌어와야 하는 수익형 부동산의 특성상 해당 부동산을 항상 새것처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에 민감한 젊은층을 주 수요층으로 하는 오피스텔, 원룸 등이 대표적이다. 전용면적 33m² 오피스텔의 마루, 벽지, 창호를 교체하려면 통상 2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싱크대를 수리하고 붙박이장까지 바꾸면 공사비용은 5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6개월 이상의 월세에 해당하는 비용이 인테리어 공사비로 지출되는 것이다.

주택 거래에는 붙지 않는 각종 세금 역시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복병’이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의 취득세율은 4.6%로 아파트 등 주택(6억 원 미만 기준 1.1%)보다 4배 이상으로 높다. 여기에 10% 세율의 부가가치세도 붙는다. 한편 취득·재산세 등을 줄이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집주인이 많지만 이 경우 4년 이상 임대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외에도 임차인이 수시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복비, 전문 임대관리업체에 임차인 관리를 위탁하는 비용 등이 추가될 수 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각종 부대비용을 내고 나면 수익률이 ‘제로’가 되는 상품도 많다”며 “분양홍보관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답사는 기본, 대출 비중은 가격 절반 이하로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들의 과장·허위 마케팅을 걸러내기 위한 기본 원칙으로 ‘발품’을 꼽는다. 건물이 들어설 현장을 방문해 실제로 주변에 형성된 임대료와 교통 여건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역세권 상가 등에 투자할 경우 지하철역 출구 방향과 그 주변의 유동인구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오피스텔 같은 주거형 상품은 다른 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소형 아파트, 빌라 등과도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비슷한 유형의 주거시설이 주변에 얼마나 공급되는지 체크하는 게 필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주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주변 시장 상황과 상품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동산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식산업센터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해당 건물이 유치 대상 업종에 적합한 부대시설들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출 규모는 상품 가격의 30% 이내가 적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출 비중이 50% 이상이면 위험하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임대사업자가 되면 일정 기간 상품을 되팔기가 어려우므로, 장기적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생각해 두는 게 좋다.

이동현 센터장은 “수익형 부동산 중에는 감가상각이 많은 ‘전강후약(前强後弱)’형 상품이 상당수”라며 “높은 투자 수익률에만 현혹되지 말고 되팔 때 시세까지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thousand@donga.com·강성휘 기자  
#수익형 부동산#뻥튀기 마케팅#분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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