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조직 IS를 다룬 수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이 책은 특기할 만하다. 외부인, 특히 서구인의 시각에서 IS를 비판한 다른 책과 달리 IS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시리아인 역사학자가 ‘목숨을 걸고’ 집필했기 때문이다. 내부인의 시각에서 IS를 바라본 이른바 ‘내재적 접근’이 갖는 차별성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IS의 탄생 배경을 중동의 고대사와 사상사로 설명하는 방식이 특히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IS의 뿌리는 놀랍게도 현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둘 다 외세의 침략에 대한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저자는 IS의 사상적 기원을 이슬람 신학자 이븐 타이미야(1263∼1328)에서 찾는다. 타이미야가 꾸란의 초기 해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슬람 근본주의를 역설한 것은 1258년 몽골에 의해 바그다드가 초토화된 게 직접적인 계기였다. 그는 이슬람 세계가 무너진 것은 무슬림들이 이슬람의 진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시계태엽을 2000년대로 돌려보자. 알카에다에 이어 IS가 발흥한 시점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다. 이라크 침공 이전에도 이슬람 테러조직이 있었지만 수준과 규모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IS처럼 시리아와 이라크의 일부 영토를 획득해 실효적으로 지배한 테러단체는 역사상 없었다. 왜 그런가. 저자는 IS가 이라크전쟁의 비극을 먹고 자랐다고 말한다. 미국의 승리로 축출된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잔당 세력이 IS의 핵심 구성원으로 흡수되면서 IS의 힘이 비약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 등을 거치면서 고도로 훈련된 바트당 장교 일당이 IS 조직원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게 된 것이다. 결국 IS의 뿌리인 타이미야의 사상과 IS의 현재에는 각각 몽골의 바그다드 침략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IS의 조직 운영 방식이 사담 후세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데 주목한다. 생화학무기를 동원해 쿠르드족을 대량학살한 후세인처럼 IS는 점령지에 극단적인 폭력을 휘둘러 공포정치를 감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을마다 정보원들을 심어놓고 서로 감시하게 하는 통치 방식도 후세인을 닮았다. 어린 학생들이 등교할 때마다 IS 리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이름을 구호로 외치게 하는 것까지 비슷하다.
IS의 오늘을 가능케 한 후세인의 유산, 즉 바트당 잔당은 IS의 미래를 점치는 데 중요한 변수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들이 IS 내에서 군사적 역량을 발휘할수록 알 바그다디의 올가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IS로 넘어가면서 수염을 기르며 전통복장을 걸친 채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실상 후세인 치하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던 세속주의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향후 상황에 따라 서구 세계와 적당히 타협하기 위해 알 바그다디를 제거하고 IS를 정상 국가화하려는 쿠데타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역사에서 온갖 혁명과 운동이 소수 지배층의 의도대로 보수회귀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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