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심문에서 스스로를 변호한 춘원 이광수(1892∼1950)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한국 근대문학의 시초’ ‘친일 작가’는 그를 수식하는 상반된 표현들이다. 지난달 한국문인협회에서 그의 이름을 내건 문학상을 제정하려 하자 시민단체에서 그의 친일 행적을 들며 반발해 무산됐다.
3·1운동 전 일본 도쿄에서 2·8독립선언서를 기초하는 등 그가 당대 최고 문인(文人)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평론가 김현은 ‘이광수 문학의 전반적 검토’(1977년)에서 “만질수록 덧나는 민족의 상처”라 평가했다. 반면 역사학자 김원모는 ‘영마루의 구름’(2009년)에서 “이광수의 친일은 위장(僞裝)”이라고 주장했다.
이광수의 친일은 위장일까, 자발일까. 30년 전 ‘무정’을 읽은 뒤 그의 문학세계를 연구해온 일본 니가타(新潟)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이광수의 저작, 일제가 작성한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그의 생애를 훑어 간다. 7장으로 구성된 평전 속에는 어린 시절부터 이광수를 있게 한 사건을 시간순으로 담았다. 대표작인 ‘무정’ 등 그가 쓴 글을 토대로 행간에 숨은 그의 심리를 추적하기도 한다.
평생 그의 연구를 업으로 삼은 저자지만 그를 옹호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가령 이광수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1917년 글을 실은 데 대해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상대를 이용하려는’ 전략, 개인적 야망, 경제적 이유 등 다각적인 요인을 언급한다. 1937년을 기점으로 일제의 요시찰 인물에서 친일 인사가 된 그의 양면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이광수의 변(辯)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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