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던 소년, ‘한국의 펠프스’ 되다

한국, 패럴림픽 첫날 수영서 金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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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선 내가 챔피언” 9일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S4등급에서 우승한 조기성이 기쁨의 포효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인국도 남자 배영 100m S14등급에서 금메달을 땄다(오른쪽 위 사진). 이들을 지도한 조순영 감독(오른쪽 아래 사진 오른쪽)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쁨을 표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공·사진공동취재단·조순영 감독 페이스북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이 대회 첫날 수영에서만 금메달 2개를 땄다. 조기성(21)과 이인국(21)이 금메달 주인공이다. 조기성은 9일 남자 자유형 100m S4등급에서 1분23초36으로 우승하며 패럴림픽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첫 한국 선수가 됐다.

“솔직히 꿈이 없었어요.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고 장애인으로 사는 게 두려웠어요. 이제는 괜찮아요. 이렇게 자유형 최초로 금메달을 땄잖아요.”(조기성)

선천성 뇌병변 장애인인 조기성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짝이 된 친구가 무섭다고 울면서 담임교사에게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한 것. 어린 조기성에게 세상은 함께 사는 곳이 아니었다. 조기성은 “걷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권유에 2008년 수영을 시작했다. 엄마는 아들이 걷기를 간절히 바라며 함께 수영장을 다녔지만 조기성은 지금도 걷지 못한다. 하지만 두 팔만으로도 물속에서는 누구보다 빠른 사나이가 됐다.

2009년 경험 삼아 출전한 수원시장배 50m에서 3위를 하며 선수의 길로 접어든 조기성은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 세계선수권대회 100m와 200m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금메달을 들어 올린 그는 “내 노력은 이 메달에서 손톱 크기도 안 될 것”이라며 “고생하신 부모님, 어릴 때부터 엄마의 관심을 내게 뺏긴 누나, 대표팀 선생님들과 트레이너님, 그리고 우상인 런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우근 형, 이분들이 이 금메달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남자 배영 100m S14등급에서 59초82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한 자폐성 장애인 이인국은 4년 전 런던 패럴림픽에서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막내로 참가해 예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결선에 나가지 못한 것. 경기 시작 20분 전에 지정된 장소에 도착해야 했는데 3분 늦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경래 씨(52)는 “마음이 아팠지만 메달은 나중 문제였다. 물을 두려워했던 인국이가 그 정도 한 것만도 대견했다. 선생님(감독)에게도 ‘잘하려다 실수한 건데 너무 슬퍼하지 말고 힘내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인국은 6세가 돼서도 말을 못 했다. 아버지는 “집안에 말이 늦은 사람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장손이 장애인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고 부모님께도 죄송했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목에 걸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기성과 이인국의 금메달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이 또 있다. 런던 패럴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조순영 씨(41)다. 당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제자의 실격을 슬퍼했던 조 씨는 그 일로 대표팀에서 물러나 지금은 사설 수영장에서 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조기성이 수영이 힘들어 포기하려 할 때 “끝까지 해보자”며 손을 내밀어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만들어 낸 지도자가 조 감독이다.

조기성은 금메달을 딴 뒤 “정말로 감사한 분”이라고 말했다. 조기성과 이인국은 지금도 조 감독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새벽잠을 설쳐 가며 제자들의 레이스를 지켜본 조 감독은 “워낙 잘하는 친구들인 데다 지금 대표팀 지도자분들이 잘 가르쳐 주신 덕분이다.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인국이가 금메달을 따 마음이 조금은 가볍다. 큰 실수를 한 저를 이해해 주신 인국이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