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지겹다” “진짜 쏘겠나”… 5차례 실험에 불감증도 5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0일 03시 00분


[北 5차 핵실험 국내외 반응]시민들 “신경 안 쓴다” 덤덤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인 것과 달리 시민들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북한의 핵 도발에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불감증(不感症)이라고 해도 될 만큼 무감각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말을 앞둔 이날 오후 6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은 평소처럼 퇴근한 직장인 등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김모 씨(31)는 “크게 걱정 안 한다. 30년 넘게 봐온 북한이고 어차피 위협용이라 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회사원 김주형 씨(40)는 “1월 4차 핵실험 이후 추석이 오기도 전에 또 이러니 이제는 정말 지겹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정모 씨(28·여)는 “이달 말 국정감사 준비 때문에 추석 연휴도 반납할 정도로 바쁘다. 직접 핵탄두가 날아오지 않는다면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대학생 정희영 씨(24·여)는 “북한 핵실험을 전쟁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으레 하는 행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역 1층 맞이방. TV 3대에서 북한 핵실험 관련 뉴스가 계속 흘러나왔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노인 20여 명을 빼고는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거나 카카오톡으로 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추석 연휴 전 고향에 다녀오기 위해 서울역에 온 대학교 4학년생 권모 씨(25·여)는 “핵실험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서울에서 느껴진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회사원 김모 씨(44)는 “김정은이 간부들을 숙청하고 핵실험까지 하는 걸 보면 그가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알 것 같다”면서도 “북한이 설마 핵무기 도발까지 하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응도 심각함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았다. ID 9Do*******는 트위터에 ‘오늘 북한 핵실험 했었음? 명절맞이 폭죽놀인가 보지. 걔넨 뭐 기분 좋으면 쏜다며’라며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에 맞춘 핵실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글을 남겼다. 인스타그램 ID yul*****는 ‘북한이 혼나려고 뭔가를 터뜨렸다’라는 글과 함께 어머니가 자녀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우려를 나타내는 시민도 일부 있었다. 직장인 신모 씨(32)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된 틈을 타 북한이 마음 놓고 날뛰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북핵 해결을 위한 묘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적어도 5차례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핵 기술이 실전 배치까지 진보했다고 해석될 수 있어 우리 안보에 크나큰 위협요인으로 대두됐는데 시민들이 무감각하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가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안보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성주군, 김천시 등 사드 배치 거론 지역들은 이날 북한의 5차 핵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부의 대응을 주시했다. 북한의 도발로 사드 배치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이곳 주민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강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쟁위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과 관계없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며 “국민의 생존권을 담보로 하는 전략적 무기를 일방적으로 배치하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사드 배치가 북한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유력한 ‘제3 후보지’와 가까운 김천 주민들도 매일 촛불문화제를 열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 핵실험에 대해서는 공식 반응을 자제해 성주 지역과 다소 온도 차를 보였다. 사드배치반대 김천투쟁위원회의 한 공동위원장은 “요즘 투쟁위 활동에 관여하고 있지 않아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또 다른 공동위원장도 “몸이 좋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투쟁위 측은 “북한 핵실험 관련 성명 등은 민감한 사안이라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동혁 /성주=장영훈 기자
#안보불감증#북핵실험#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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