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 부실 원인과 책임을 가리기 위해 8, 9일 이틀간 열린 청문회는 결국 ‘맹탕’으로 끝났다. ‘서별관회의’ 발언으로 청문회 개최를 유발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남상태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은 구속 수감으로 불출석했다.
특히 이날 관심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쏠렸다.
최 전 회장은 “가라앉는 세월호를 버리고 떠난 선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의 질타에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2년 전 한진해운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싸이버로지텍 등 알짜배기 자회사를 유수홀딩스에 편입시켰다. 서울 영등포구 한진해운 빌딩에선 매년 140억 원의 임대료 수입도 올리고 있다. 또 한진해운과 채권단의 자율협약을 앞두고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해 10억 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은 “주식 매각은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해당 발언은 바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 공정위는 유수홀딩스의 계열분리를 승인했을 뿐 한진해운 주식을 팔라고 권고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최 전 회장은 청문회 속개 후에 “제가 착각하고 있었다”며 발언을 정정했다.
의원들은 최 전 회장에게 구체적인 사회 기여 방안을 내놓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유수홀딩스 소유인 한진해운 본사 사옥을 한진해운에 양도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유수홀딩스는 상장 회사이고, 빌딩은 제 개인 소유가 아니라 홀딩스의 자산”이라며 “개인적으로 처분할 수 없다”고 맞섰다. 최 전 회장은 답변 도중 수차례 감정이 북받친 듯 울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서별관회의에 대한 공방도 계속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내가 정부에서 서별관회의를 주재할 때는 여러 가지 통상 현안이나 정치적 여건 때문에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곤란한 사안에 대해 정부가 주도해 결정했다”며 “그러한 결정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부실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치권의 책임론도 이틀째 불거졌다. 2008년 9월 퇴직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 감사실장은 “당시 산은을 통해 ‘청와대에서 3명을 내려보내려 하니 대우조선의 외부 인사 3명이 나가야 한다’고 들었다”며 “청와대 행정관 이모 씨가 당시 민유성 산은 회장과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에게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민 전 회장은 “청와대 인사 청탁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