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한우와 굴비, 건강식품 선물세트가 즐비한 매장은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평소 한산했던 2, 3층 여성복 매장에도 가을 옷을 고르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여기에 국내 핸드백 매장의 한정판 가방을 사려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이날 백화점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여름 폭염으로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늘었고, 최근 추석 선물세트도 매출 증가율이 1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오르고, 일부 소비지표가 개선되면서 얼어붙던 소비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기저효과 등 외부 변수가 많아 유통 현장은 조심스럽게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추석 이후에도 소비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도 고심 중이다.
추석 선물 매출은 확실히 올랐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25일∼이달 6일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현대백화점은 8.5%, 신세계백화점은 5.9% 늘었다. 가족 단위 고객이 줄면서 매출 급감으로 고전하고 있는 대형마트도 오랜만에 웃었다. 이마트의 이달 1∼6일 추석 선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늘었다.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오름세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유통업계 동향을 발표하며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오픈마켓 등 전체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이 최근 3개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월 6%, 6월 9.2%, 7월 10.8%로 특히 백화점과 편의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올랐다고 했다.
산업부는 메르스 기저효과 외에도 올해 7월이 지난해보다 휴일이 이틀 많았고, 소비심리가 개선돼 소비자가 지갑을 연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에 101로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8월에도 102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도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지난달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지만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액, 휘발유 경유 판매량, 카드 승인액 등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통 현장은 관망세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몇 달 장사가 잘된다고 해서 앞으로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섣불리 말을 못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거시적으로 소비심리와 경기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추석 연휴 이후 판매 실적이 뚝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추석 이후에도 소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고심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선물로 팔려 나간 상품권을 회수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내달 3일까지 롯데백화점에서 SK나 GS 등 다른 회사 상품권을 써도 구매 금액에 따라 롯데 상품권을 주는 사은행사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도 경기 판교점에서 연휴 마지막 이틀(17, 18일)간 5만 원 이상 물건을 산 고객에게 무료 경락마사지 등을 받을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신세계는 연휴 내내 스타필드 하남의 문을 열어 소비자를 끌 예정이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연휴 기간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 가족 고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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