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장판-온열기 의존 높아 겨울철 요금 평균 38% 급증
소득수준 고려없이 쓰는대로 부과… 요금할인 받아도 상승분 부담 커
저소득층 난방용 지원 늘려야
올해 여름 쪽방촌에서 폭염으로 고생을 했던 기초생활수급자 A 씨는 날씨가 선선해지자 또 다른 걱정에 빠졌다. 여름철에는 선풍기만 틀어놓아 전기요금이 2만 원을 넘지 않았지만 전기장판을 많이 쓰는 겨울철에는 사용량 증가로 누진제 적용 구간이 달라져 전기요금이 2배 가까이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A 씨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약 3만5000원으로 월 35만 원인 생계급여(기초생활수급비)의 10%나 됐다.
A 씨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의 전기요금이 여름철(6∼8월)보다 겨울철(12∼2월)에 20∼40% 더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취약계층발(發) ‘전기요금 폭탄’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누진제 개편 논의 때 저소득층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늘리는 등 지원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취약계층, 여름보다 겨울에 ‘전기요금 폭탄’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윤한홍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1∼2015년) 전기요금 할인대상별 월 전력사용량 및 전기요금 현황’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의 평균 전기요금은 여름철 2만1728원에서 겨울철 2만9958원으로 38.0% 급증했다. 차상위계층 요금 역시 같은 기간 3만1330원에서 3만8867원으로 24.0% 증가했다. 반면 전체 가구의 전기요금은 여름과 겨울 모두 2만5000원 남짓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전기요금을 산정할 때 소비량만 고려하고 소득 수준과 그에 따른 생활 패턴은 반영하지 않는 현행 누진제의 맹점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요금체계 평가’에 따르면 2014년도 소득 수준 최하위 4인 가구의 전기요금 평균은 5만4339원으로 같은 기간 소득 최상위 3인 가구의 전기요금(5만4057원)보다 많았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의 경우 전기난방기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겨울철에는 소득이 낮더라도 전력 사용이 크게 늘어난다. 게다가 차상위계층의 경우 전력사용량 급증에 따라 누진제 적용 구간이 3단계에서 4단계로 바뀌는 일도 많다. 반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은 주로 가스난방을 사용해 겨울철 전력 사용이 다른 계절보다 크게 늘지 않는다.
○ 차상위계층 전기요금 감면율 5.1%
이런 상황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겨울철 전기요금 할인 지원은 요금 증가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생계·의료 기초생활수급자는 월 8000원, 주거·교육 기초생활수급자는 월 4000원 한도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최대한 할인을 받더라도 겨울철 전기요금 감면율이 26.7%로 요금 증가분(38.0%)과 큰 차이를 보인다. 차상위계층은 할인 한도가 최대 2000원으로 겨울철 감면율은 5.1%에 그친다.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한전 역시 취약계층 지원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올 7월 말 현재 한전의 기초수급생활자 및 차상위계층 전기요금 감면 규모(339억 원)는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연결재무기준 6조3000억 원)의 0.5%에 불과하다. 또 정부가 난방용 에너지바우처를 저소득층에 지급하고 있지만 지원 자격이 까다로워 수혜 대상이 많지 않다. 윤 의원은 “저소득층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늘리고,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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