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발표한 성명에서 “새로운 제재 등 중대한 추가 조치들을 취하기로 한국 일본 정상과 동의했다”고 밝혔다. 2009년 2차 핵실험부터 이번까지, 북한은 오바마의 8년 임기 중 네 차례 핵실험을 했다. 그때마다 오바마는 강력히 비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성명과 제재 결의 채택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오바마가 결과적으로 북의 핵무기 완성과 실전 배치를 막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공산이 크다.
미국에선 오바마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이 먼저 비핵화하거나 최소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으면 미국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략적 인내 정책의 골자다. 뉴욕타임스는 9일 “제재를 넘는 항구적인 해법은 협상”이라며 정책 전환을 주장했다. 하지만 북은 지금까지 협상 중일 때나 아닐 때나 핵 능력 고도화에 매진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 2월 29일 대북 식량 제공과 북의 핵 활동 중단을 연계했던 ‘2·29 합의’도 두 달도 안 돼 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깨졌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뒷전에 미뤄둔 감이 없진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을 적당히 관리하다 11월 대선에서 선출되는 후임자에게 넘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노벨위원회는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오바마를 선정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비전에 특히 주목했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북핵을 방치한다면 노벨상의 영광도 반감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북핵 위기는 오바마 아닌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붕괴와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이 두려워 대북 제재에 끊임없이 반대해 왔다. 이번에도 유엔 안보리가 4차 핵실험 뒤 채택한 대북제재 2270호의 빈틈을 메우는 데 나섰지만 중국이 협조할지 의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핵이야말로 중국의 핵심이익을 해치는 위협임을 일깨워야 한다. 대북제재법에 포함된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중국의 개인, 기업 등에 실제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2010년 이란에 처음 적용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결국 이란 핵협상 타결에 기여했다. 한국에선 핵무장을 주장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북한을 더는 봐줄 이유가 없다.
북한 김정은을 그냥 둔 채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이 분명해진 만큼 이제는 한반도 통일까지 염두에 두고 분단의 모순과 북핵 문제의 역사적 해결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라디오, 휴대전화 등으로 북에 외부 정보를 유입시키는 것도 북 내부를 흔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차기 행정부에서도 흔들림 없이 시행될 아시아 전략의 큰 그림을 마련해 한국 일본 등 동맹과 함께 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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