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美총기폭력 경제손실 254조원, 릴레이 참사 막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2일 03시 00분


《 내가 배운 것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자, 내 이야기를 공개하는 일이 힘겹더라도 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반비·2016년) 》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졸업반인 딜런 클리볼드와 에릭 해리스 두 학생은 학교에 900여 발의 실탄을 난사해 13명을 죽이고 24명을 부상하게 한 뒤 자살했다. 미국에서 일어난 대표적 총기난사 사건이다.

딜런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는 사건 직후부터 ‘우리 햇살, 착한 아이, 늘 내가 좋은 엄마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던 아이인 딜런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체 딜런의 삶 어디에서 그게 나온 걸까?’를 17년간 고민했다. 17년간 딜런을 어떻게 키웠고 사건 이후 17년은 어떻게 보냈는지 34년의 기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들이 저지른 일과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충격에 빠졌던 클리볼드는 조금씩 아들의 행동을 되짚어 간다. 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 딜런이 차를 훔치고 총기를 사 달라고 하는 등 이상한 징후가 있었던 점을 그때서야 깨닫는다.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지 혹은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도 딜런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는지 설명하지만 그가 한 일을 변명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해자 어머니의 고백이지만 독자에게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책이 출간되고 TV 인터뷰에 모습을 드러낸 클리볼드는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사소하게 지나쳤던 순간에 딜런을 붙잡고 무슨 일인지 집요하게 물었더라면 적어도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부모가 자녀와 대화를 시도할 때 자녀가 화를 내거나 거부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안전 문제를 다루는 미국 퍼시픽조사평가연구소(PIRE)가 집계한 미국의 2012년 총기폭력 관련 경제적 비용은 2296억 달러(약 254조 원)였다. 2012년 미국 의료보험 관련 비용(약 277조6060억 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엄청난 고통과 막대한 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 사건도 작은 징후를 알아차리면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책#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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