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박정환 9단이 왜 랭킹 1위인지를 보여준다. 흑 ●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우상 백 두 점에 대한 압박이다. 둘째는 우변에서 백 A로 끊기는 약점을 보강한다. 어떻게? 축머리다. 셋째는 둔탁한 좌상 백말을 엮으려는 사전 공작이다.
상대는 이런 수를 당하면 마치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마땅한 응수가 두절돼 미로를 헤매는 것 같은 느낌.
일단 막힐 순 없으니 56으로 밀어보는데 57의 단순한 한 칸 뜀에 우상 백이 금세 휘청거린다. 백 58은 흑을 차단하며 백말을 수습해 보겠다는 뜻인데 흑 59, 61이 끈끈한 수. 백에게 쉽게 퇴로를 열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흑 돌은 거의 연결됐고 백은 확실한 두 눈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백 대마를 살리자고 소중한 선수를 넘겨줄 수는 없는 일.
조한승 9단은 백 62로 응급 처방을 한 뒤 64로 우상 백의 근거를 챙겼다.
백 64로는 참고도 백 1, 3으로 우변을 삭감하는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유연한 기풍인 조 9단은 참고도를 꺼린 듯하다. 백 말이 쫓기는 데다 흑이 ‘가’를 차지하면 이득이 없다고 본 것. 흑은 여유롭게 65로 보강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