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9일부터 새제품으로 교환
美 소비자안전委도 사용중지 권고… 교환 대신 환불 강제 가능성도
전량 리콜 발표에도 美 강경책… 9월 둘째 주 말 출시 아이폰7 가장 큰 혜택
일각 “자국산업 보호용 삼성때리기”
삼성전자는 8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갤럭시 노트7’에 대한 기내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을 FAA 홈페이지를 보고서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발표한 상황에서 미 정부기관이 이렇게 강력한 ‘카드’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 언론들조차 “FAA가 잠재적 위험 요소로 특정 브랜드나 모델 이름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이다.
FAA 발표 다음 날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까지 사용 중지를 거듭 권고한 것은 최근 일주일 사이 미국에서 갤럭시 노트7을 충전하던 중 가정집 차고와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비자 제보가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블랙컨슈머’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지만 이미 리콜을 선언한 삼성전자로서는 미국 소방 당국의 원인 분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전량 교환 및 환불 방침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갤럭시 노트7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셈이다.
○ 19일 교환 시작해 분위기 쇄신
전자업계에서는 내년 3월까지인 제품 교환 가능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고객 편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여유 있게 기간을 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언제 어디서 불량 제품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더 서둘러 사용 중지 권고를 내려 부담을 덜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 리콜 발표 이후에도 국내에서 개통 취소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가능하면 계속 제품을 쓰다가 내년 3월 직전에 새 제품으로 바꾸겠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9일부터 국내에서 새 제품으로의 교환이 시작되면 분위기가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량 문제가 없는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 시장에서는 갤럭시 노트7 판매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고 시판 후 10일 동안 배터리 사고도 없었다”며 “19일부터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제품 교환 서비스를 시작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19일부터 사전 구매 고객의 제품을 교환해 주면서 판매도 재개하려던 계획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판매를 다시 시작하려고 추석 연휴 기간에도 구미사업장 생산라인을 최대한 많이 돌릴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일단 예정대로 교환부터 먼저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고 전했다.
애플 아이폰7이 16일부터 미국 중국 영국 등 1차 출시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최대한 판매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4분기(10∼12월) 실적 경쟁에서 유리하다.
○ 자국 산업 보호주의라는 시각도
이번에 나온 미국 정부의 조치를 두고 재계에서는 다가올 대선을 의식한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발동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특히 CPSC는 권고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및 이동통신사들의 교환 프로그램이 수용할 만한 조치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부연해 앞으로 제품 유통을 금지하고 교환이 아닌 환불을 강제할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일각에선 2006년 소니 배터리 리콜 사건이나 2010년 도요타 자동차 급발진 리콜 사건 때처럼 ‘외국 기업 때리기’를 연상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두 회사 모두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이후 초대형 리콜로 번져 큰 타격을 입었다. 그에 따른 반사이익은 경쟁사인 미국 기업들이 고스란히 가져갔다.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사용 중단 조치 역시 아이폰7 공개 직후 이어진 것이라 애플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미국 기업들이 자국의 규제 및 제도를 십분 활용해 북미 시장 1위 기업인 삼성의 실수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익을 따지기보다 완벽한 제품을 다양한 프로모션 등의 혜택을 통해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야만 이번 일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우리 입장에서는 비관세 장벽으로 느낄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정당한 소비자 권리이기도 하다”며 “결국 보호무역주의가 발동될 수 있는 사건을 만들지 않도록 최대한 예방하는 수밖에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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