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다 잊고 나랑 충전하자.”(캔디) “좋아. 근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경수진) “너무 아쉬워. 우리 마음의 배터리는 더 채워져 가고 있는데….”(캔디)
비밀친구 캔디의 간지러운 말에 배우 경수진(29·여)의 두 볼은 붉어진다. 여느 때처럼 무료한 주말을 맞을 뻔했던 그녀는 이름 모를 친구와의 통화로 간만에 설레는 하루를 보낸다.
‘폰중진담’을 표방하는 tvN의 새로운 예능 ‘내 귀에 캔디’의 한 장면이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 이후 4회까지 방영됐다. 배우 장근석(29)과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42), 배우 지수(23) 등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내 귀에 캔디’는 첫 방송 3일 만에 예능·드라마 중 관심 높은 프로그램 1위,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독특하다. ‘캔디’는 일상의 감정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비밀친구다. 단, 캔디의 이름과 나이, 직업, 용모 등은 출연진뿐 아니라 시청자도 알 수 없다. 출연자와 비밀친구 캔디는 친밀감을 위해 존댓말은 하지 않으며 통화 시간은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로 제한된다. 제작진은 “휴대전화 연락처는 1000여 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는 3000명이 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 허전해하는 현대인의 세태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목소리로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사이지만 출연진과 비밀친구는 빠른 시간 내에 진심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장근석은 첫 번째 캔디였던 유인나와의 통화에서 배터리가 절반 이상 닳았을 때쯤 속 얘기를 털어놓는다. “5∼6년 전 정말 바빴을 때, 1분 1초가 세상에서 제일 아까웠고 한 달을 10배로 늘리고 나를 10명으로 나누고 싶었어.” 캔디 역할의 유인나도 마찬가지다. “이 일 하면서 자기애(自己愛)가 떨어진 때가 있었어. 대중의 시선으로 나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더라고. 이거 진짜 심각한 일이다 싶더라고.”
배우 지수와의 통화를 끝낸 개그우먼 이세영(27)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개그우먼이라 때로는 과장을 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는데, 편견 없이 오로지 대화로만 진심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애청자 직장인 김모 씨(25)는 “방송을 보며 캔디처럼 진심을 터놓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송에서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술 마시는’ 이른바 ‘혼방’이 주를 이뤘다면 ‘내 귀에 캔디’는 1인 가구의 외로움과 소통, ‘관계에의 욕구’에 초점을 맞춘다. 연출을 맡은 유학찬 PD는 “누군지 알지 못하는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때 누구보다도 솔직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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