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집은 다 안다. 스마트폰이나 TV 모니터에 그가 나왔을 때의 압도적인 흡입력을. 아이들은 마치 불꽃놀이를 처음 볼 때처럼, 살아있는 동물을 처음 볼 때처럼 두 발을 바닥에 딱 붙이고선 분주한 시선으로 그의 입과 손을 좇는다. 6∼8분간의 방송이 끝나면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휴대전화를 빌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댓글을 달기도 한다. “언니 오래오래 사세요.” “언니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도 하나 있다. 유튜브 누적 조회 수 10억2730만 건(9일 기준).
그의 이름은 캐리다. 본명은 강혜진(27). 아이를 위한 장난감 동영상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진행자다. 영상은 간단하다.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전부다. 다양한 장난감의 포장을 뜯는 것에서 시작해 사용법까지 알려주는 ‘언박싱(Unboxing)’ 콘텐츠다. 그런데도 인기는 폭발적이다. ‘캐통령(캐리+대통령)’이란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대학에서 방송연예과를 다니던 강 씨는 회사 행사 등에서 MC를 보며 용돈을 벌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녀를 캐리로 만든 건 캐리소프트의 권원숙 대표(47)다. 권 대표는 해외 여행·출장 기획사에 다니다 2013년 우연히 해외의 어린이 전용 유튜브 채널을 접한 뒤 한국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곤 진행자로 강 씨를 낙점했다.
“사업하기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캐리가 MC를 봤어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바로 그녀가 떠오르더라고요.”
권 대표는 강 씨에게 ‘캐리’란 예명을 붙여줬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2014년 10월 캐리소프트를 열었다. 사업 초기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해 연말까지 벌어들인 돈은 17만 원이 전부. 둘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초기 콘셉트는 캐리의 얼굴을 영상에 드러내지 않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손만 클로즈업하는 방식이었다. 평소 유튜브의 시청자 반응을 꼼꼼히 살폈던 캐리는 “언니 얼굴이 궁금해요”라는 댓글을 떠올렸다. 그러곤 대표에게 제안했다. “제 얼굴 공개하죠.”
결과는 ‘대박’이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유튜브 구독자는 2015년 1월 1만 명을 돌파한 뒤 6월 10만 명, 9월 2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구독자는 110만 명. 캐리의 지명도도 높아졌다. 각종 방송과 행사에서 캐리를 MC로 세우려는 연락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캐리는 회사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게 만족스럽다며 웃는다. “제 꿈이 연예인이었다면 아마 외부 행사를 다녔을 거예요. 회사도 돈을 벌려고 했다면 제 의사와 관계없이 여기저기 행사에 저를 돌렸겠죠. 아이들의 사랑을 얻기까지 대표님과 시장에서 직접 장난감을 고르고 콘텐츠를 고민한 시간들이 쌓여 있기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권 대표와 캐리는 올해부터 자체 뮤지컬을 만들어 오프라인에서 꼬마 시청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하루 평균 15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35억 원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 사업이 안정되기까진 한참 멀었다고 설명했다.
“장난감 언박싱 콘텐츠는 제가 그랬듯이 초기 시설 비용이 안 들어가고 위험 부담이 적어요. 후발 주자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어 늘 위기감을 느끼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캐리와 함께 있으니 든든해요. 캐리와 함께했기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 태어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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