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냐 마틴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학교 주변 가이드에 치맥파티까지
언어-문화 장벽 극복하게 도와… “작은 배려가 그들에겐 큰 힘 돼”
“반찬은 이 상점이 맛있고 저쪽으로 가면 마트도 있어요. 사야 할 게 있으면 이 시장에서 다 찾을 수 있어요.”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에 들어선 외국인 유학생 10여 명은 사냐 마틴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43·여)의 설명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국인인 마틴 교수는 독일, 태국, 중국 등 출신으로 서울대에 갓 도착한 사범대 유학생들을 위해 이날 서울대 주변 지역 투어를 준비했다. 투어 마지막 순서에는 치맥(치킨+맥주)과 함께 노래방 체험도 준비돼 있었다.
마틴 교수는 줄곧 유학생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한국 학생과의 언어 교류를 주선하는 등 ‘큰엄마’ 역할을 자처해 왔다. 하지만 그 역시 2011년 처음 서울대에 임용됐을 때만 해도 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다. 아시아에서의 동등한 교육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드렉셀대 테뉴어(정년 보장) 교수직까지 포기했지만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대를 찾았던 많은 외국인 교수들은 같은 이유로 2, 3년을 못 버티고 서울대를 떠났다. 하지만 5년째 서울대를 지켜온 마틴 교수는 이제 영주권까지 따기 위해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마틴 교수를 붙잡았던 것은 서울대 구성원들의 따뜻한 지원과 배려였다.
마틴 교수는 “동료 교수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나도 지금쯤 서울대를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태원 전 사범대학장을 비롯해 같은 학과 김찬종 최승언 교수 등은 마틴 교수가 임용되기 전부터 학과 행사에 참여하고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마틴 교수에게 연구 지원을 받는 것부터 지도학생을 모집하는 것까지 빠짐없이 챙겨줬다. 다른 외국인 교수들은 “언제 서울대를 떠날 거냐”는 의심 어린 질문을 숱하게 받아야 했지만 마틴 교수는 대신 ‘마산야(馬山野)’라는 한국 이름을 선물 받았다.
마틴 교수가 느낀 소속감은 한국 장애학생을 위한 연구 성과로 이어졌다. 장애학생을 위한 과학교육을 연구해 온 마틴 교수는 지도학생인 강다연 씨의 도움을 받아 장애학생을 위한 과학교실을 만들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대구대의 임성민 차정호 교수도 원거리에서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과학교사를 지망하는 학생들과 함께 청각장애 학생을 서울대로 초청해 악기, 전류진동기록장치 등을 활용해 소리의 개념에 대해 가르쳤다.
마틴 교수는 “정년을 맞을 때까지 서울대에 계속 남고 싶다”고 말했다. 5년 전 한국에 올 때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장애학생에 이어 급증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과학교육을 위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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