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서 툭 한마디, 비수로 박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2일 03시 00분


10~50대 “이런 말은 그만”
10대→ “살쪘네”
20, 30대→ “취직은?”
50대→ “옆집 아들 연봉이…”

“안 본 사이에 살쪘네” “누구 집 자식은 공부 잘한다던데”….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족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각각 10대 여학생과 40대 여성이 이런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 30대는 취업, 결혼, 육아에 대한 잔소리, 10대는 외모에 대한 지적, 40대는 자녀를 다른 가족과 비교하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8, 9일 리서치기업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10∼5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0% 이상이 명절에 ‘말로 인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연령대별 100명씩 명절에 듣고 싶거나 듣기 싫은 말을 주관식으로 물었다.

○ 미래에 대해 걱정해주는 말에 오히려 ‘상처’

전체 응답자의 답변을 합산했을 때 명절에 가족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미래 걱정’(36.8%)이었다. 입시를 앞둔 10대에게 “대학은 어디 갈 거니?”, 20, 30대에게 “취업은 했니?” “애인은 있니?” 등의 말이 이에 해당했다.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방문할 예정인 취업준비생 김민규 씨(28)는 “취업 문제로 머리가 아픈데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취업 질문을 받으면 할 말도 없고 스트레스만 더 받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상처를 주는 말의 유형은 ‘비교’(21.8%)인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는 연봉이 얼만데 너는 왜…” “아무개의 애들은 공부도 잘하는데 네 아이들은 왜…” 등 자신 또는 자녀의 상황을 다른 가족과 비교하는 말들이다. 특히 40, 50대 연령층에서는 ‘비교’가 24.5%로 ‘미래 걱정’(21.5%)을 앞섰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다경 씨(43)는 “남들 못지않게 자녀 교육에 힘쓰는 보람으로 살고 있는데 ‘누구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내 잘못 같아 마음 아프다”고 했다.

10대 소녀들에게는 외모에 대한 지적(34%)이 가장 큰 상처를 주는 말로 조사됐다. 50대 남성 응답자 중 37%는 ‘나이 들었으니 건강 챙겨야지’ 같은 ‘잔소리’를 꼽았다.

○ “잘될 거야” “예뻐졌다”… 칭찬과 용기를

반면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듣고 싶은 말로는 ‘칭찬’(35.6%)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34.2%)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40% 이상이 ‘칭찬’을 꼽았는데, 연령대별로는 10, 20대는 ‘외모’, 30, 40대는 ‘자녀’, 50대는 ‘성취’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어 했다. 40, 50대 남성은 각각 62%가 “다 잘될 거다” “항상 건강해라”란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했다. 10대 중 12%는 “용돈 줄게”를 가장 듣고 싶은 말로 꼽았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남궁기 교수는 “평소 취업과 육아 등을 고민해 온 당사자들에게 이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취지로든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안 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 응원하는 말이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추석#차례상#말#설문 조사#연령별 싫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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