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공공시설 자판기서 퇴출” 과도한 규제 논란… 참여율 42% 그쳐
시행 10개월만에 사실상 중단… 당분섭취 제한 등 인식개선 나서기로
서울시의 ‘공공기관 자동판매기 탄산음료 퇴출’ 사업이 중단됐다. 지난해 11월 전격 시행된 후 10개월 만이다. 참여율이 낮은 데다 자판기 탄산음료 제한만으로 시민들의 당(糖) 섭취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공공기관 내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빼는 인위적인 방법만으로는 당 섭취를 낮추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당 섭취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구청과 보건소 등 공공기관 240곳에 배치된 자판기에서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공공기관 내 자판기 549대(위탁 229대 포함)였다. 학교 등 교육시설은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하는 곳이 많지만 일반 행정기관의 전면적인 ‘탄산음료 퇴출’ 선언은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실태 조사 결과 전체 자판기의 42.5%에서만 탄산음료 판매 제한이 이뤄졌다. 서울시 산하기관 관계자는 “탄산음료 판매를 전제로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계약조건을 바꾸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장 상황이나 기대효과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이 사업을 도입했을 당시에도 시민 건강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정확한 근거 없이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서울시는 공공기관 탄산음료 퇴출만으로는 시민들의 당 섭취를 줄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우선 서울시는 시민들의 당 섭취 패턴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당 섭취 경로 분석을 의뢰했다. 서울시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당 섭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당 섭취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등 교육현장에서 관련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필요하면 당 섭취량 제한 권고 등의 조치를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판기의 탄산음료 판매 제한 대신 기준을 초과한 음료의 칼로리 표시를 강화하거나 섭취 시 필요한 운동량을 자판기에 표기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편의점 등에서 얼마든지 탄산음료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빼는 건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시행 중인 당류저감종합계획에 발맞춰 시민들의 과도한 당 섭취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학계 및 업계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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