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지숙(가명·34) 씨는 2년 전 이동통신회사의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 요금제 광고를 보고 3세대(3G) 휴대전화에서 LTE 휴대전화로 교체했다. 요금제도 무제한으로 바꿨다. 평소 데이터를 초과 사용해 추가 납부하는 경우가 많았고, 3G 통화보다 LTE 통화 품질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LTE 무제한 요금제는 LTE 데이터 기본 사용량을 초과하면 3G로 전환됐다. 또 LTE 휴대전화를 샀지만 이통사의 안내가 없어 LTE 음성통화 서비스로 전환 설정을 하지 못해 2년 넘게 3G 음성통화를 그대로 이용했던 것이다.
이통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과장 광고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사항은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소비자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LTE 휴대전화 쓰면서 절반이 3G 통화
이통사 고객 중 상당수가 LTE 휴대전화를 보유하고도 3G 통화만 사용하고 있는 현실은 이통사의 꼼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2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LTE 휴대전화 구매자 절반가량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3G 통화를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미래창조과학부에 요청해 받은 ‘이통 3사의 VoLTE(LTE 음성통화) 사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이통 3사의 LTE 음성통화 휴대전화 보유자 3906만 명 중 LTE 음성통화 미사용률은 45.5%에 이른다.
소비자 단체는 이용자가 LTE 음성통화를 쓸 권리가 있음에도 이통사가 안내를 하지 않아 권리 행사를 못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국장은 “LTE 데이터 이용이 급증하는데 LTE 음성통화까지 늘면 망 과부하가 되는 탓에 이통사가 스마트폰 설정으로 변경 가능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TE 음성통화 미사용률이 가장 높았던 SK텔레콤의 관계자는 “망 과부하 탓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 부가서비스 의무 가입토록 압박
이통사가 대리점에 부가서비스를 강매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대리점이 소비자들에게 휴대전화 판매 시 월 5만 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시키면 이통사로부터 통상 10만∼18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는다. 부가서비스 가입이 없으면 보조금 지급을 2만∼6만 원 차감하는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우상호(가명·31) 씨는 “SK텔레콤, KT 등이 고객 유치 시 월 8000원 상당의 부가서비스, 단말기 보험을 함께 팔도록 강요한다”고 토로했다.
문현석 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이통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빌미로 소비자들에게 부가서비스를 끼워 팔게끔 하는 행위는 단말기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 같은 행위가 지속되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공정위, 이통사 ‘LTE 무제한’ 과장광고에 보상 명령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 3사의 LTE ‘무제한 요금제’ 과장광고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최종 확정했다. 통신사들은 피해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LTE 데이터 쿠폰(1∼2GB)과 부가·영상통화 서비스(30∼60분)를 제공하고 잘못 부과된 추가 요금이 있을 경우 돌려줘야 한다.
공정위는 이통 3사의 일부 LTE 요금제가 광고와 달리 ‘무제한’이 아니라는 소비자 단체의 지적에 따라 2014년 10월 위법성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일정 사용량을 넘어서면 데이터 속도가 LTE에서 3G로 느려지고, 음성·문자 추가 사용량에는 별도 요금이 부과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가 최종안을 확정함에 따라 이통 3사는 11월 1일부터 LTE 데이터 및 부가·영상통화 제공, 음성·문자 초과 사용량 과금액 환불 등의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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