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美금리에 리콜파문 겹쳐
외국인 이탈… 환율도 15원 급등, 전문가들 “사태 장기화 우려”
갤럭시 노트7 전량 리콜의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7%가량 폭락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북한 핵실험까지 겹치면서 코스피 2,000 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일제히 요동쳤다. ‘트리플 악재’가 단기간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금융시장의 출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98% 하락한 14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2년 8월 27일(7.45%)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치다. 당시 주가 폭락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완패하며 약 10억4934만 달러(약 1조1542억 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은 것이 빌미가 됐다. 이번 주가 폭락은 투자자들이 그때만큼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를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갤럭시 노트7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는 5.85%,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도 주가가 7.56%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가뜩이나 불안해진 투자 심리도 위축시켰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8% 하락한 1,991.48로 마감했다. 한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181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원-달러 환율도 15.1원 급등(원화 가치 하락)한 달러당 1113.5원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23일 사상 최고가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가 리콜 파문으로 상승 동력을 잃으면서 국내 증시도 동반 침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는 시총의 약 1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31조 원 줄었는데, 삼성전자 증발분이 절반인 15조5830억 원을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의 삼성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는 “리콜 사태가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주가 상승 동력을 되찾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 美금리등 불확실성 확대 “당분간 주가 회복 힘들듯”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각국 정부기관들이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를 권고해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며 “올해 하반기(7∼12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기존 예상치보다 1조 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날보다 42.47% 급등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14일부터 이어질 추석 연휴로 한국 주식을 사고팔 수 없게 된 투자자들이 미리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0, 2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연말까지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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