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9·11테러 추모행사에서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인 것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12일에는 “힐러리가 폐렴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며 이례적으로 덕담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과도한 비판에 나설 경우 클린턴이 ‘피해자’로 비칠 수 있는 데다 일흔에 닿은 두 후보가 건강 문제로 치고받는 것은 서로에게 득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46년생인 트럼프는 올해 70세로 대선에서 승리해 내년 1월 취임할 경우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현재 최고령 기록의 주인공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69세 341일)이다. 부동산 사업가와 TV 진행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트럼프는 살인적인 대선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특별한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한 살 아래인 클린턴이 휴식 시간을 오래 갖고 유세 중 과도한 기침을 한 것 등을 두고 끊임없이 건강 이상 문제를 공격해 왔다.
트럼프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술, 담배를 하지 않으며 매일 아스피린과 저강도의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를 즐기지만 과체중에 합병증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의 키는 188cm, 체중은 90kg으로 알려져 있으나 의료기관이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 불룩한 아랫배 등을 봤을 때 실제 체중은 100kg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는 “나는 역사상 가장 건강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적다. 특히 겉으로는 클린턴보다 건강해 보이지만 ‘서류상’으로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주치의를 통해 달랑 4문단짜리 건강 기록을 공개한 게 전부다. 클린턴이 지난해 7월 공개한 2장짜리 기록보다 부실하다. 트럼프의 건강 기록엔 ‘혈압이 정상(110/65)이며,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는 정보만 담겨 있다. 심장박동 수나 호흡기 건강, 콜레스테롤 수치, 과거 병력 및 가족력 등은 빠져 있다. 주치의 해럴드 본스타인 박사는 지난달 NBC 인터뷰에서 “건강진단서 발급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가 트럼프 측의 차가 도착한 뒤 5분 만에 부랴부랴 작성했다”고 털어놔 부실 발급 논란마저 빚어졌다. 트럼프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12일 “조만간 상세한 건강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건강 이상을 숨기곤 했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1919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지만 이를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4년 심장병 등 질병을 숨기고 당선됐다가 이듬해 뇌출혈로 숨졌다. 1961년 당선된 존 F 케네디 역시 만성 허리통증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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