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에 빠진 농민 백남기 씨 사건 청문회가 12일 밤늦게까지 열렸지만 여야는 재발 방지책을 내놓기는커녕 ‘이벤트식 공방’만 벌이다 허무하게 끝냈다.
이날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 ‘백남기 청문회’에서 여야는 시종 팽팽하게 대치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과 물대포의 위험성을 캐묻는 야당 의원들에게 맞서 여당은 불법 폭력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경찰이 내부 조사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자 야당은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의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야당은 경찰이 처음부터 백 씨를 직접 겨냥해 물대포를 쏘았고, 이는 명백한 과잉 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백남기 농민을 조준해 쓰러뜨린 충남 9호차의 사용보고서에는 초기 경고 살수(撒水), 곡사(曲射) 살수한 것으로 돼 있지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면 처음부터 직사(直射) 살수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경찰이 과잉진압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보는 기준에 따라 경미하게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시위대가 민중궐기대회를 한 후 세종로에서 위법으로 도로를 점거했다”며 “적법하게 설치된 차벽을 쇠밧줄로 끌고 망치로 깨고 경찰에게 폭력을 가했다. 폭력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살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홍철호 의원은 “우리 공권력이 사망하면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며 무언(無言) 질의를 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 전 청장은 “사람이 (시위 현장에서)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야당의 사과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하지만 백남기 씨의 딸 백도라지 씨는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거의 뇌사에 빠뜨린 이 폭력에 대해 얼마나 엄중하게 대처할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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