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동안 마이(많이) 벌었다 아이가? 인자(이제) 고마하자(그만하자)!’ ‘의령군수 불법 돈사 무법천지 악취 진동.’
6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에서 지방도 20호선을 따라 창녕군 방향으로 가다 용덕면사무소 조금 못 미쳐 왼쪽으로 접어들어 3km 정도 가자 한적한 농촌마을이 나왔다. 용덕면 미곡, 와요, 가미, 가락마을 등 7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이런 조용한 마을에 2개월 전부터 현수막이 나붙었다. 오영호 의령군수(66) 소유의 돼지농장인 초곡농장의 환경 공해를 비난하는 내용들이다. 기자가 찾은 이날 오후에는 날씨가 맑아서인지 특별한 냄새는 없었다. 그러나 계곡 중턱에 위치한 초곡농장과 야트막한 산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1.1km 떨어진 미곡마을 주민의 설명은 달랐다. 평생 이곳에서 살고 있는 김인자 씨(71·여)는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냄새가 지독하다”며 “외지인들은 그 고통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람이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야간에 악취가 심하다는 것이다. 귀촌하려는 사람도 없고 땅값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도 “군수는 주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 아니냐”며 “거꾸로 피해를 주니까 문제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몇 차례 민원 제기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미곡마을 환경대책위원회’(위원장 홍한기)를 만들었다. 군청 광장 앞에 현수막을 내걸고 오 군수를 규탄하는 집회도 5차례 열었다. 앞으로는 경남도청을 찾아가 기자회견을 하고 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다.
홍한기 위원장은 “올여름은 폭염의 영향으로 악취 공해가 특히 심했다.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그는 “농장 안에서 돼지 분뇨를 처리하는 시간에 냄새가 많이 난다”며 “농장 측에서는 대책을 세우겠다는 말만 할 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악취 공해와 함께 농장 안 건축물의 적법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 군수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군수에 당선된 2014년 돼지 마릿수가 크게 늘어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돈사(豚舍)를 지었다. 이후 벌금과 과태료를 내고 양성화했다”고 밝힌 것이 계기였다. 급하게 증개축을 했고 자신이 군수가 된 후에 정리를 했다는 설명이다. 일부 언론이 ‘셀프 허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의령군 관계자는 “현재는 무허가나 불법 건축물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초곡농장은 50여 개 돈사에서 비육돼지 1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의령축협조합장을 지낸 오 군수는 25년 전부터 이곳에서 축산업을 했다.
주민들은 “문제가 없다면 왜 건축물관리대장이나 농장을 공개하지 않느냐”며 “군의회, 주민, 언론, 전문가 등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현장조사를 해야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장 관계자들도 할 말은 많았다.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다른 돼지 농장과 달리 분뇨 처리 과정에서 고급 환경 개선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외형상 시설들도 비교적 깨끗해 보였다. 농장 책임자는 “냄새가 나지 않을 수는 없다”며 “그러나 분뇨 처리를 새벽에 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주민들이 지나친 요구를 한다”고 하소연했다.
군수 소유 돼지 농장의 환경 분쟁은 진상조사단 출범이나 의령군 의회의 행정사무조사, 경남도의 감사 등 사태 변화를 유도할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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