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건강-면역력 효과 알려지며 최근 시장 2000억대로 급성장
전문가 “다량 섭취땐 부작용 가능성”… 업계 “유통과정서 효능 떨어질수도”
국회토론회, 업계 항의로 취소돼
“광고만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이에요.”
딸에게 먹일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고르던 주부 김지은 씨(34). 고개를 갸웃거린다. 종류가 너무 많은 데다 ‘○○억 마리 유산균’, ‘장 건강, 면역력, 피부미용을 동시에’ 등 제품마다 각종 효능을 광고하지만 정확한 정보는 부족하기 때문.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장 속에 서식하며 면역력을 높여주는 유익한 균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소비가 급증하고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반면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국내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최근 국회에서 ‘프로바이오틱스 부작용’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취소돼 논란이 됐다. 또 보건 당국이 프로바이오틱스 안전성 검증을 올 초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제대로 알자’는 사회적 논의가 커지고 있다. ○ 노인, 미숙아에게는 ‘균혈증’ 등 부작용 우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함께 8일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제로 건강기능식품 안정성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론회는 취소됐고 이날 발표될 연구 결과들도 공개되지 않았다. 김 의원 측은 “업체들의 항의가 있고 소비자 혼란도 우려돼 연기했다. 전문가 의견을 보강해 20일 토론회를 열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2일 입수한 토론회 자료에는 ‘프로바이오틱스가 균혈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기조 발표를 담당한 김주성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부작용이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관련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여러 균주가 있다. 특정 균주는 설사 등 장 질환에, 또 다른 특정 균주는 면역 증강에 도움이 되는 등 각각 효과가 다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균주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분야에서 효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소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 노인, 중증질환자 등에게는 자칫 ‘균혈증’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균혈증이란 혈액 속에 균이 들어와 온몸을 돌아다니는 증상. 프로바이오틱스로 면역이 과도하게 증가한 상태에서 장 점막이 손상되면 그 사이로 프로바이오틱스가 들어가 균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악화되면 장기 손상, 패혈증으로도 이어진다. 급성췌장염 환자가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서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소개될 예정이었다. 김 교수는 “제한된 효과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보건 당국, 부작용 사례 436건 분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자에게서 제기된 프로바이오틱스 부작용 사례를 모아 보니 전체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사례(3661건) 중 12%(436건)나 됐다. 이 자료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보내져 분석됐다. 신채민 보의연 선임연구위원은 “증세는 복통, 간지러움, 설사 등이 많았다”며 “토론회에서 세부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프로바이오틱스의 부작용이 모든 이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다수의 연구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소화기능과 면역기능을 강화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올해 2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약회사는 물론이고 식품회사들까지 프로바이오틱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프로바이오틱스 업체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돼 필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안 먹어도 되는 건강한 사람까지 먹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작한 프로바이오틱스를 국내에서 통째로 들여와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균이 죽거나 활동성이 낮아져 효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김정욱 중앙대 의대 교수는 “앞으로 효능과 부작용을 정확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프로바이오틱스란?
신체 속에 들어가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내는 살아 있는 유산균을 뜻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어 유해균을 억제한다. 이를 통해 장내 균총(菌叢)의 밸런스를 유지시킨다.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로는 락토바실루스, 비피도박테리움, 엔테로코쿠스, 스트렙토코쿠스 등이다. 소화와 배변 등 장 기능뿐 아니라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 질환, 비만, 피부 질환 등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제품 시장 규모는 1500억 원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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