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한국 식품산업 거목… 카레-케첩 대중화
“토종 먹거리로 국민밥상 사수” 315억 기부 등 사회공헌도 앞장

3분 카레를 비롯해 우리에게 친숙한 토종 먹거리를 만든 식품업계의 거목, 오뚜기그룹의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사진)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 홍익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불혹을 앞둔 1969년에 오뚜기식품공업을 설립했다. 그 후 고인은 47년간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외길 인생을 걸었다. 그는 한국 식품업계에서 수많은 ‘최초’ 기록을 만들어냈다. 오뚜기를 창립한 바로 그해 5월 고인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카레를 생산해 대중화했다. 1971년에는 토마토케첩, 1972년에는 마요네즈를 국내 처음으로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인은 국내 최초로 2단계 고산도 식초 발효공법을 성공시켜 2배 식초, 3배 식초도 개발했다. 사과식초와 포도식초, 현미식초 등 식초를 다양화하는 시도도 했다. 시식·방문판매 시스템과 움직이는 차량광고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최근까지 금요시식에 직접 참가해 시식 평가를 하고 신제품에 대해 논의하는 등 품질 관리에 정성을 쏟았다”고 오뚜기 관계자들은 말했다. 오뚜기그룹이 국내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상품은 이 회사가 생산하는 450여 종의 상품 중 20여 종. 카레, 케첩, 식초 등으로 국내 식품회사 중 가장 많은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가 처음 국내 시장에 선보인 ‘오뚜기 카레’는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 81.6%(AC닐슨)에 이르는 등 47년간 국내 카레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고인은 언제나 토종 먹거리 산업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80년 국내에 진출한 초대형 미국계 케첩회사에 맞서 우리 국민의 밥상을 사수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당시 다국적 기업인 미국의 CPC인터내셔널과 세계 최대 케첩회사인 미국 하인즈가 국내에 진출하며 한국 케첩 시장을 장악하려 했지만 오뚜기에 밀려 결국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사내 모든 행사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를 만큼 깊었던 고인의 애국심은 강했다. 고인은 당시 “우리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뚜기그룹은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진행한다.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을 후원했고, 2012년부터 장애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에 선물세트 조립을 위탁하고 있다. 이 또한 고인의 뜻이라고 그룹 측은 전했다. 1997년에는 오뚜기재단을 설립해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해 지금까지 687명에게 도움을 줬다. 2009년에는 오뚜기학술상을 제정해 한국식품과학회와 한국식품영양과학회를 통해 식품산업 발전과 인류 식생활 향상에 기여한 교수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상을 주기도 했다.

고인은 2010년 아들 함영준 오뚜기 회장(57)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1년에는 국민 식생활 개선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고인은 2015년 11월 315억 원 상당의 개인 주식 3만 주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해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유족으로는 함영준 회장 등 1남 2녀가 있다. 뮤지컬 배우 함연지 씨는 고인의 손녀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6일이다. 02-3410-3151∼3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오뚜기그룹#오뚜기 창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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