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동서대]융합교육-해외역량 강화로 떠오르는 ‘글로벌 동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동서대가 중국 중난(中南)재경정법대와 합작해 우한에 설립한 제2캠퍼스에서 현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 학생들은 4년 중 3년은 중국에서, 1년은 동서대 한국 본교에서 공부한 뒤 학사 학위를 받는다. 동서대 제공
동서대가 중국 중난(中南)재경정법대와 합작해 우한에 설립한 제2캠퍼스에서 현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 학생들은 4년 중 3년은 중국에서, 1년은 동서대 한국 본교에서 공부한 뒤 학사 학위를 받는다. 동서대 제공
이제 기업이나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대학까지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조직을 설명하지 못하는 시대다. 하지만 대학이 해외 캠퍼스를 만들거나 기업이 해외 지사를 설립하거나 개인이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것만으로 글로벌의 의미가 완성되진 않는다. 자신의 역량을 키운 뒤 해외의 콘텐츠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 동서대에서 현실화시킨 한중 합작 대학, 아시아 대학과 연계해 세계인과 공유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자체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학문 간 통합을 유도하고 낙오자 한 명 없이 모두 교육성과를 내게 하려는 동서대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동서대의 이런 성과는 학생 수 감소와 재정 위기 등으로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터라 특히 주목된다.

○ ‘글로벌’ 의미 살린 한중 합작대학

동서대가 아시아권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중국과 합작 대학을 설립한 시점은 2011년이다. 중국 중난(中南)재경정법대와 합작해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에 설립한 동서대 제2캠퍼스는 매년 애니메이션과 게임, 영상콘텐츠 분야에서 중국 학생 3000명을 선발하고 있다. 중난재경정법대는 후베이 성을 대표하는 대학 중 한 곳으로 3만50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동서대 중국캠퍼스 입학생은 3년 동안 중국에서 공부하고 1년은 동서대 한국 본교에서 강의를 들은 뒤 학사 학위를 받는다. 동서대 측은 “중국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이 5 대 1 이상의 경쟁을 거쳐 중국 캠퍼스에 입학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동서대의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인정받은 결과로 보고 있으며 현지 기업과 산학협력 연구 분야를 확대해 경제적 성과로 이을 방안도 찾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호프국제대학 내에 설립된 동서대 미주캠퍼스에서 학교 지원으로 1년간 유학온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과 둘러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동서대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호프국제대학 내에 설립된 동서대 미주캠퍼스에서 학교 지원으로 1년간 유학온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과 둘러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동서대 제공
중국뿐 아니다. 동서대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풀러턴 시에 있는 자매대학 호프국제대학(Hope International University) 내에 미주 캠퍼스를 설립했다. 2007년부터 매년 재학생 100명을 선발해 두 학기 동안 SAP(Study Abroad Program)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항공료는 물론이고 미국 현지 교육비와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할 뿐 아니라 현지 취득 학점을 졸업 학점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 아시아 대학의 콘텐츠 허브로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대학의 지식을 공유하게 만드는 일도 그중 하나다. 동서대는 이미 지난해 8월 아시아 80여 개 대학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공개강좌 시스템인 ‘아시아판 무크’ 출범식을 개최했다. GAA(Global Access Asia)로 이름 붙여진 이 시스템은 아시아 20여 개국 80여 개 대학 간 온라인 공개강좌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동서대를 비롯해 일본 아시아대, 태국 방콕대, 베트남 호찌민교통대, 몽골 오콘대 등이 참여했다. 장제국 총장은 “3년 전 아시아대학총장회의에서 이 사업을 제안하면서 우리 대학에 서버를 두는 등 사업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대는 GAA 콘텐츠로 동서대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의 ‘북한 문화의 이해’, 방콕대 품펫 샌구돔렛 교수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기초’, 말레이시아 펠리스대 주아이노 하산 교수의 ‘생각하는 기술’ 등 14개 강좌를 개설해 시범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 학생은 유학을 가지 않고도 원하는 강좌를 언제라도 들을 수 있다. 동서대는 학점인정 코스 외에도 특강 위주의 비정규 코스는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고 이에 참여하는 대학도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 통합해 함께 가는 교육 철학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를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 게 동서대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동서대는 ‘낙오자 없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교육철학이 반영된 ‘리셋(Reset) 전형’이라는 제도를 뒀을 정도다. 미주 캠퍼스에서 1년간 공부할 기회를 주면서 항공료와 각종 비용을 모두 지원하니 경쟁이 치열하다. 당연히 학점과 어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을 많이 뽑지만 학점이 낙제 수준이거나 영어 한마디 못 하는 학생도 선발한다. 성적은 낮지만 왜 SAP에 참여해야 하는지, 다녀와서 어떻게 자신을 성장시킬 것인지 설득하면 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발한다. 당장은 실패자로 보여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능한 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게 동서대의 교육철학이다.

교육 역량을 키우기 위한 융합 교육시스템도 주목할 점이다. 디자인 분야만 봐도 산업 시각 환경 영상 디자인 등의 전공을 통합하고 커뮤니케이션 크리에이티브광고 등 8개 루트를 개설했다. 각 루트는 인문사회, 경영, 정보기술(IT), 관광, 보건의료, 해양, 건축 등 다른 학문과 연계해 수업을 진행한다.

동서대는 이처럼 시대 흐름인 융합 교육을 통해 교내 역량을 키우고 해외 연계 역량을 강화하면서 부산경남 지역의 명문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창학 20여 년에 불과하지만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달 초 교육부의 대학특성화 사업(CK)에 2개 부분이 추가 선정됨으로써 부산지역 대학 중 최다(6개) 사업단을 운영하게 됐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동서대#한중 합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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