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 오페라 연출가 1호 이소영 전 국립오페라단장(55)이 국립창극단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국립극장 2016∼2017 레퍼토리 시즌 개막작 ‘오르페오전’을 통해서다. 지난해 같은 극단의 ‘적벽가’로 첫 창극 연출 도전에 나섰던 그는 화려하고 세련된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창극 연출의 격을 높였다는 평이다.
가로 22.9m, 세로 10m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는 연출가들이 가장 꺼리는 무대로 꼽힌다. 이 무대는 1973년 가부키 전용극장인 일본 국립극장 대극장을 본떠 만들었다. 세로에 비해 가로 폭이 워낙 넓어 아무리 무대를 채워도 휑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소영 연출은 달랐다. 지난해 ‘적벽가’ 무대에선 오히려 부챗살 모양의 세트를 활용해 넓은 가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오르페오전’에서도 이소영 연출은 특유의 ‘공간 마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평소 공연에 활용되지 않았던 프로시니엄 무대 앞(OP석), 뒤편의 공간을 모두 터 무대 세로의 길이를 31m, 무려 세 배로 늘려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계를 한계로 보지 않고, 오히려 도전할 기회로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릴 때부터 성악가인 어머니(황영금 예술원 회원)의 영향으로 무대 뒤 숨은 공간들을 자주 접했거든요.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죠.”
‘오르페오전’에서 그가 선택한 무대는 ‘방패연’이다. 이 연출은 “방패연 가운데 뚫린 구멍을 회전 경사 무대로 최대 6m까지 들어올려 이승과 사후세계를 연결하는 문으로 활용한다”며 “무대 배경으로는 수묵 산수화 영상 등을 활용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스케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이번 공연을 ‘오페라 창극’이라 명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랫동안 오페라를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창극은 그 어떤 오페라보다 더 오페라적인 장르죠.”
소재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오페라에서 옮겨왔다. 오페라의 효시라 꼽히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와 오페라 형식을 확립한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공통 소재가 된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오를 창극 소재로 활용한 것.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 연출의 각오가 단단하다. “창극은 동양의 오페라를 뛰어넘어 종합예술이 뭔지 알려주는 장르예요. ‘창극을 통해 오페라를 한번 안아주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됐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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