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식 기업운영 묵인 못해” 朴대통령, 조양호회장 작심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4일 03시 00분


“자구노력 않고 정부 도움 기대 안이” 조양호 회장 사재 400억 입금한날 직격탄
임종룡 “대한항공 600억 지원 불투명”

박근혜 대통령이 한진해운식 기업 운영 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겠다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진해운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특정 기업을 지목해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진해운의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이 매우 미흡했다”며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 큰 손실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그러나 정부 방침은 기업이 회생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 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한진해운 직원들과 항만 업무 종사자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선원분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매우 무겁다”라면서도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산업구조 개편을 미루거나 포기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조 회장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조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어서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날은 조 회장이 한진해운에 출연하기로 한 개인 재산 400억 원을 집행한 날인데도 박 대통령은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물류대란’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혈세를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한 600억 원은 집행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개최한 2차 당정 간담회에서 “자금이 최종적으로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다”며 “절차를 밟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의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담보로 잡고 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잡으려면 해외 선사와 금융사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는 지분 46%를 가진 2대 주주다. 현재 계약상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경우 MSC가 한진해운 지분에 대한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갖게 돼 있다. 한진그룹이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려면 우선 MSC가 이 콜옵션을 포기해야 하는데, MSC가 싼값에 지분을 살 기회를 포기할지 장담할 수 없다.

또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과 부동산을 담보로 6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상태다. 지분을 추가 담보로 잡으려면 이 금융사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이 어려운 상황을 알고도 ‘생색내기용’으로 600억 원 지원안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진해운의 주요 선주 중 하나인 캐나다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은 1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2008년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리먼브러더스급 사태다. 전 세계 공급망을 뒤흔든 핵폭발과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무역협회에 접수되는 수출차질액은 9일부터 급감해 13일에는 하루 700만 달러(약 78억 원)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강유현·장택동 기자
#한진해운#조양호#박근혜#청와대#국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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