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배우는 관객의 시간과 돈을 빼앗는 ‘도둑’과 다를 게 없어요.”
배우 윤석화(60)가 전설의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은퇴 후 삶을 다룬 연극 ‘마스터 클래스’ 무대에 다시 오른다. 3월 LG아트센터에서 연기 인생 40주년을 기념해 이 작품을 올린 지 6개월 만이다. 당시 윤석화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며 호평을 받았다.
9일 서울 대학로 정미소 극장에서 만난 그는 “3월 공연 당시 막바지엔 연일 매진이 되면서 표를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관객이 많았다”며 “선배인 박정자 선생님과 팬들의 격려에 재공연을 하게 됐다. 내 인생에서 ‘마스터 클래스’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배우 윤석화에게 이 작품은 특별하다. 어려운 시기에 그를 일으켜준 작품이다.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배우였던 그는 1997년 뉴욕 공연 캐스팅에서 탈락해 슬럼프에 빠졌다. 같은 해 세계연극제 공식 초청작인 리어왕 연습 도중 홍콩으로 출국한 것이 문제가 돼 그는 연극계의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이듬해 여인극장 강유정 대표가 이 작품으로 그에게 재기의 기회를 줬고, 그는 노 개런티 출연과 열연으로 화답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그에게 이해랑연극상 최연소 수상자란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마리아 칼라스의 첫 대사는 관객을 향해 ‘박수는 치지 마세요. 안치셔도 됩니다’예요. 굉장히 아픈 말이죠. 박수를 받지 못할까봐 먼저 선수를 치는, 강한 자존심을 지닌 여자예요. 묘하게 끌리는 여자죠.”
이번 공연 역시 3월 공연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연극계의 대부로 불리는 임영웅 산울림극장 대표가 예술감독을, 구자범 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러시아 피아니스트인 안드레이 비니첸코가 반주자로 나오고, 뮤지컬 ‘스위니 토드’ ‘레미제라블’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테너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화려한 캐스팅의 비결이 뭘까. 윤석화는 “나이를 떠나 좋은 사람이라면 나는 어느 누구와도 친구 관계를 맺는다”며 “함께 출연을 결심해준 친구들의 그릇이 큰 덕분”이라고 했다.
배우 윤석화를 선배 이상으로 따르는 후배도 적지 않다. 연극 ‘나는 너다’에서 연출과 주연 배우로 인연을 맺은 삼둥이 아빠 송일국이 대표적이다.
윤석화의 말이다. “일국이가 3월 공연을 보고 어찌나 울었는지 몰라요.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하는 모습에서 제 인생이 엿보여 감정을 누를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윤석화는 2004년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연출 당시 무명이었던 배우 박건형을 토니 역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같이 작업하는 후배들에겐 연기적으론 누구보다 엄한 선배지만 인간적으론 엄마 같은 선배가 되려고 노력해요. 진심을 다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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