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권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보냈던 회사원 이모 씨(31·여)는 최근 기부를 중단했다. 2년 전 지인의 권유로 매달 3만 원씩 기부하기 시작했지만 기부금액이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월급에 비해 월세와 생활비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기부금처럼 당장 꼭 써야 할 곳이 아닌 지출부터 되도록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과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조사비와 기부금으로 쓰는 돈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올 2분기(4∼6월) 월평균 가구 간 이전지출은 19만77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가구 간 이전지출이란 세금 및 연금, 은행 이자 등으로 구성된 ‘비소비 지출’ 가운데 명확한 목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지출로 경조사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구 간 이전지출은 올 1분기(1∼3월·25만127원)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한 바 있다.
종교단체, 시민단체 기부금이 주요 항목인 ‘비영리단체 이전지출’도 올 2분기에 10만3577원으로 1년 전보다 3.1% 줄었다. 반면 연금(4.7%), 사회보험료(4.7%) 등에 대한 지출이 증가해 전체 비소비 지출은 소폭(0.1%) 늘었다. 소득세 등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에 해당하는 경상조세(12만5082원)도 한 해 전보다 2.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와 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경조사비, 기부 등의 비소비 지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430만6412원)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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