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하]1인 가구 500만 시대의 함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8일 03시 00분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하면서 2인 가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1995년에는 12.7%에 불과하던 1인 가구가 2005년에는 20.0%로 증가하였고 이제 2025년이 되면 31.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과 독일은 각각 32.5%, 35.8%로 30%대 수준이고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40% 수준에 이른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은 인구 고령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 1인 가구 중 고령자 비율이 높고, 이들 중 80%가 여성인 것은 여성의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 1인 가구의 증가는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가 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1인 가구의 평균 소득 수준을 낮추기도 한다.

젊은 1인 가구는 독립의 상징이기도 하다. 결혼으로 일가를 이루거나 학업과 직장 때문에 불가피하게 부모의 슬하에서 벗어나는 것이 전통적인 분가의 형태이지만, 최근에는 미혼 상태에서 분가하는 싱글이 늘어나고 있다. 자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취직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분가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서 살고 있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젊은 1인 가구의 증가는 남녀 공히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만혼화와 이에 연결되는 저출산 문제와 직결된다. 반면에 40, 50대 1인 가구는 직장 문제도 있지만 이혼율의 증가와 관련이 높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이 붕괴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한 단면이다. 가족은 식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생산과 생활 공동체로서의 기능이 강했다. 농경사회에서는 대가족이 아니면 농사일을 하기도 어려웠겠지만, 가족은 크고 작은 재난으로부터 행복을 지켜주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이었다. 산업사회가 진전되면서 고용관계가 일상화되고,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사회로 바뀌더니, 이제는 1세대 중심의 부부 혹은 1인 가구가 중심적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자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에 조응하는 상품들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식료품의 묶음 단위가 ‘나 홀로 가족’에 적합하도록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소형화 경향이 나타나는가 하면 1인 가구에 맞춘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과 같은 주거시설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수요에 맞추어 시장은 신속하게 변하고 있지만 홀로 사는 것이 인간의 본연의 모습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늘어나면서, 사람들과 심지어는 부모와도 함께 살기를 기피하는 사회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2014년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영화 ‘그녀(Her)’에서는 한 남성이 인터넷상의 운영체제인 ‘사만다’라는 가상의 존재와 사귀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미래 경제사회의 변화를 두려워하기에 앞서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가 불편해지는 세상에 대한 반성이 더 급한 것이 아닐까 한다. 잔잔한 행복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온다고 볼 때, 소원해지는 인간관계의 회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이는 가족관계의 복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혼자 살고 싶어 사는 사람은 그렇다 치고, 한때는 10명 안팎이 함께 살면서 붐비던 집에 어르신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시골의 우리 부모님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힘이 있으면 고된 농사일을 벗 삼고, 그 힘도 줄어들 때면 병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어르신의 생활고를 더 이상 자녀들의 책임으로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적게나마 기초연금이 있어 현금 부족을 메우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있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르신의 고독한 현실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더욱이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그래도 왕래하는 이웃이라도 있지만 도시의 쪽방촌에 살고 있는 어르신은 더웠던 지난여름보다도 추워질 겨울이 더 겁나는 현실이다. 일단, 원하지 않는 1인 가구의 삶을 살고 있는 어르신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도부터 우리 사회가 찾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1인 가구#소비 패턴#나 홀로 가족#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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