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빅데이터로 미래 준비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03시 00분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의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는 인간의 운명을 알려주는 신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미래 예측기법 중 하나인 ‘델파이 기법’도 여기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래를 알고자 하는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오랜 욕망 중 하나였다. 고대에서 중세까지 미래에 대한 예측은 계시나 예언 같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근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미래 예측은 비로소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됐지만 이 역시도 소수의 천재나 전문가 집단의 몫에 머물렀다. 개인의 창의력이나 상상에 가까운 경우도 많아 정확성도 떨어졌다.

오늘날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을까.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 분석하는 기술이 고유의 학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빅데이터’ 기술은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 과학적으로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다. 세상이 고도화되면서 예측기술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불안의 시대’가 열린 탓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S&P 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평균 수명은 1920년대에는 약 67년이었지만 최근에는 15년으로 급격히 줄었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풍전등화’의 운명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현실 역시 험난하다. 국내 제조업체의 생명력은 겨우 평균 8.4년에 불과할 정도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기업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제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어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많은 국가와 기업은 불투명한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빛을 찾는 수단은 결국 빅데이터다. 막연한 감이나 경험에 의지했던 과거보다 위험성을 낮추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설정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학적 추론, 합리적 해석을 통해 미래의 기술발전 방향을 찾아내고 한발 앞서 대응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 전 산업체 중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과 자본의 한계에 부딪혀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기 힘겨운 곳이 훨씬 많다.

이를 돕는 방법은 공공기관의 분석 서비스다. 일례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돕고자 ‘미래유망기술세미나’를 9월 1일 열었다. 방대한 국내외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찾아낸, 우리 기업과 연구현장에 도움이 될 10대 미래 유망 기술과 300개의 유망 사업화 아이템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현장의 갈증을 단번에 해소할 순 없겠지만 방향을 제시할 ‘나침반’으로서 의미는 컸다. 당일 행사에 참석한 2000명 이상의 중소기업인과 연구자들의 모습을 보며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에 대한 그들의 열망도 읽을 수 있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던 우리의 결단력도 이제는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의 도움을 얻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내년 15조30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준다면, 그 성과는 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빅데이터#미래#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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