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창업 17년만에 매출 1700억 도전… 주방용품 강자로 ‘우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03시 00분


<41> 해피콜

해피콜은 본사 가운데 커다란 정원이 있다.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해피콜은 본사 가운데 커다란 정원이 있다.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해피콜(happy call)’은 대리운전이 아니다. 해피콜은 ‘행복을 부르는 전화’ ‘소비자 행복이 최고’라는 의미의 주방용품 브랜드다. 창업 16년 만에 업계의 강자가 됐다.

13일 경남 김해시 주촌면 김해일반산업단지 해피콜 본사. 김해의생명(醫生命)센터를 동쪽으로 두고 있는 이 회사에 들어서자 소공원 같은 정원이 펼쳐졌다. 정원 가운데 우뚝 선 1억 원짜리 초대형 프라이팬도 인상적이었다.

이 회사를 창업한 이현삼 회장(50)은 경남 거창군 시골 출신이다. 고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곧바로 ‘장사’를 시작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서울 남대문시장, 부산 부전시장은 물론이고 전국 축제와 행사장이 그의 무대였다. 닥치는 대로 도매로 떼다가 소매로 팔았다. 30대 초반엔 작은 칼갈이를 만들어 판매해 2년 만에 20억 원을 모았다.

해피콜의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고 직원들도 숙련공이 많다. 해피콜 제공
해피콜의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고 직원들도 숙련공이 많다. 해피콜 제공
이를 토대로 1999년 부산 사상공단에서 해피콜을 창업했다. 2001년 실패를 거듭하다 세계 최초로 양면 프라이팬을 개발했다. 붕어빵 굽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고기 냄새가 나지 않고 기름이 튀지 않는다. 뒤집을 필요도 없다. 대박이었다. 그해 매출 45억 원, 2002년 150억 원, 2004년 5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다 2005년부터 3년간 ‘암흑기’를 거쳤다. 직원들과의 갈등 때문에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회사를 팔고 빚만 진 채 김해시 한림면으로 이전했다. 신발 끈을 조여 매 2008년 300억 원, 2009년 1000억 원, 2014년 본사 설립, 2015년 매출 1200여억 원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700여억 원.

현재 홈쇼핑에서 인기를 끄는 상품은 다이아몬드 프라이팬, 직화오븐, 진공냄비 등 7가지다. 선박과 항공기, 반도체에 사용하는 ‘아르마이드 공법’을 냄비에 처음 적용한 것도 이 회사다. 브랜드마케팅팀 허동훈 차장은 “현재 특허와 실용신안 각 65건, 디자인과 상표 각 120건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프라이팬과 진공냄비로 성공한 해피콜은 지난해 여름 초고속 블렌더 ‘엑슬림(AXLERIM)’을 출시하며 소형 가전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 전용규 이사는 “엑슬림은 곡물 및 뿌리까지 짧은 시간에 통째로 갈아 영양소와 식이섬유가 살아 있는 건강음료를 만든다”며 “전문점에서 사 먹던 주스와 스무디를 가정에서 마실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무난한 시장 진입과 함께 이달 초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에도 참가했다.

이 회장 스마트폰에는 홈쇼핑 출연 일정이 빼곡히 메모돼 있다. 훤칠한 키에 인상도 좋은 그는 특유의 말솜씨로 연속 매진을 이끈다. 홈쇼핑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내수와 수출은 8 대 2 정도다.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에 현지법인을 두고 20개 나라로 수출한다. 생산은 모두 국내에서 한다. 품질관리를 위해 ‘1공장 1제품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전체 직원 400명 가운데 10%는 이주노동자다.

이 회장은 지난달 회사 지분을 10%만 보유하고 나머지를 1800억 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고 ‘공동의 이익을 향한 동행’을 할 예정이다. 그는 “엑슬림을 필두로 가전시장에서 안착한다면 2020년 매출이 현재의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상품은 좋지만 디자인이나 자금, 판매망 등이 열악해 어려움을 겪는 회사를 도와주고 프로 세일즈맨을 양성하는 공익 기관도 운영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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