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고금도는 기후가 온화하고 청정한 바다를 끼고 있어 유자와 매생이, 전복 치패 생산으로 유명하다. 평온하던 고금도의 한 바닷가 마을은 행정구역 개편으로 둘로 나뉘었다.
마을이 분리됐지만 어촌계는 여전히 하나였다. 하지만 한 가족처럼 지내던 어민들 간에 마을 앞 공동어장(45ha) 관리권을 놓고 분쟁이 벌어졌다. 마을 앞 어장에서는 매생이(20ha), 굴(10ha), 미역·전복(15ha)을 양식한다. 매생이 어장 관리 수익금 배분 문제로 다툼이 빚어진 것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어장 분쟁은 마을 총회를 거쳐 합의점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세부사항을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거듭했다. 한 마을 주민들이 결국 올 5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어업권 이전등록 소송을 제기했다. 이웃사촌이던 주민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법정 분쟁으로 번진 것이다.
해남지원은 마을 특성을 고려해 소송보다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하도록 하는 조정(調停)을 진행하기로 했다. 해남지원은 수협과 완도군 공무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 2명을 다음 달 고금도에 파견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현장 상황을 충분히 파악해 조정 성사 확률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해남지원은 완도군 완도읍 이웃 주민 간 옹벽 설치 문제를 놓고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조정에 앞서 법무사인 조정위원을 29일 현장에 보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이 밖에 문중 납골당 공사 등에 조정위원을 파견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듣고 있다.
해남지원은 법원 회의실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하던 기존 조정 절차 대신 전문가들을 현장에 보내 분쟁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조정 전 준비절차’를 처음 시행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조정 전 준비절차는 어업권 분쟁, 주민 간 권리 다툼, 임야 및 농지 다툼 등에서 갈등 원인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이색 제도여서 눈길을 끈다. 조정 전 준비절차는 이웃사촌이었지만 법적 분쟁이 생기면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농어촌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제도다.
최창훈 해남지원장은 “조정위원이 분쟁 현장을 찾아 사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확인해 실질적인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지역민들이 분쟁을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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