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우리는 점차 행복을 이곳이 아닌 다른 곳과 동일시하는 일로 돌아간다.―공항에서 일주일을(알랭 드 보통·청미래·2009년) 》
공항만큼 감정의 편차가 큰 공간이 있을까. 공항은 떠나는 자의 설렘과 도착한 이의 아쉬움, 떠나보내는 사람의 슬픔과 맞이하는 이의 기쁨이 뒤섞인 곳이다. 벅찬 가슴을 안고 입국심사장으로 들어선 여행객과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들을 살펴보는 보안요원이 함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와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들어선 비행기의 고도차만큼이나 공항은 다이내믹하다.
작가는 영국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의 터미널5에서 일주일 동안 머무르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사진과 함께 기록했다. 높이 40m, 길이 400m에 이르는 영국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을 돌아다니며 VIP라운지에서 운동복 차림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을 읽는 20대 사업가와 그곳 욕실을 청소하는 필리핀 청소부를 만난다. 헤어지는 연인의 입맞춤과 이제 막 재회한 가족의 포옹을 목격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만큼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읽는 내내 주말을 이용해 공항에 가고 싶어진다. 낮과 밤의 경계가 희미한 공항 터미널에서 밤새도록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고, 그들만의 얘기를 추측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공항의 매력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무심함을 탓하게도 된다.
이 다양한 감정들은 마지막 장(章)인 ‘도착’을 읽을 때쯤이면 아쉬움으로 모아진다. 어릴 적 친척집에서 명절을 보낸 뒤 집에 돌아왔을 때 마음을 채웠던 그 아쉬움이다.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수화물 컨베이어벨트 옆에서 쓸쓸히 자신의 캐리어를 깔고 앉아 있는 여성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그런 아쉬움이다.
공항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임과 동시에 일상으로 복귀하는 공간이다. 이중적이면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느끼게 해준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찾아온 아쉬움을 달래고 싶거나 일상으로의 복귀가 내키지 않는다면 한 번쯤 공항에 가보길 권한다. 굳이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더라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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