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기지로 착각, 4차례 폭격… 러시아軍 연락받고 공습 중단
시리아 “미국의 침략” 강력 규탄… 美 “시리아 정부에 유감 표명”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려고 뭉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오판하는 바람에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폭격해 16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연합군이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공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17일 시리아와 러시아 정부의 성명을 인용해 연합군이 이날 오후 5시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 공항 인근 육군 기지를 전투기로 네 차례 폭격해 시리아 정부군이 최소 62명 숨지고 100명 이상이 크게 다쳤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83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폭격 이후 러시아군은 미군에 연합군 전투기들이 IS 기지가 아닌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폭격했다고 알렸다. 미군은 러시아군의 연락을 받고 즉시 폭격을 중단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폭격으로 탱크, 전투차량, 박격포, 대공포 등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2011년부터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내세운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지난해 9월 궁지에 몰렸던 아사드 정권을 소생시키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원하며 IS와의 전쟁도 제각기 해오고 있다. 현재 시리아 영토는 아사드 정권, 반군, IS 등 여러 세력이 분할 점령하고 있다.
연합군과 러시아는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원하지만 12일 오후 7시부터 일주일간 한시적인 휴전에 돌입하기로 했다. ‘공동의 적’인 IS를 괴멸시키려면 현실적으로 연합군과 러시아가 손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휴전을 거쳐 IS 공동 타격 등 군사작전도 함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합군이 시리아 정부군을 공습하자 시리아 외교부는 ‘미국의 침략’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시리아군은 성명에서 “시리아군에 대한 위험하고 대담한 공격”이라며 “미국, 서방 국가들이 IS와 다른 테러단체들을 지원한다는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미 정부 고위 관리는 AP통신에 “의도하지 않은 인명 손실에 대해 시리아 정부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며 발을 뺐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연락을 받고) 즉시 공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일주일간의 휴전이 끝나기도 전에 연합군 전투기가 오폭을 하면서 양측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시리아는 연합군의 오폭 이후 21일로 예정됐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앞당겨 연합군의 오폭 등을 의제로 17일 밤 긴급회의를 열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긴급회의 개최를 놓고도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시리아와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은 여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대사는 긴급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19일부터 합동 공습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틀을 참지 못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 도발이었음을 보여 준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추르킨 대사는 시리아 정부군-반군의 휴전에 대한 합의는 아직 깨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긴급회의에서 프랑스 등 안보리 회원국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시리아 휴전안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에 앞서 먼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은 군사 작전상 보안을 이유로 휴전안 내용 공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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