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힘들어”… 클린턴, 감성적 발언 잦아진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03시 00분


‘차갑고 무감정’ 이미지 극복위해 인간적인 면모 보여주기 나서
“생존위해 감정통제 배워” 해명도

“여자여서 힘들었다. 지금도 여자여서 힘들다.”

미국 주요 정당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최근 부쩍 이런 취지의 감성적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차갑고 감정이 없는 것 같다’는 비판적 시선에 대응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클린턴은 19일 밤 방영 예정인 NBC방송의 ‘더 투나이트 쇼’ 녹화(16일) 때 “친근하면서도 심각한 모습을 보이는 게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여성이어서 특히 더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슬람국가(IS) 같은 위협에 대해 말할 때 큰 미소를 지으며 말할 수 없다”며 “지속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최근 유명 블로그 ‘휴먼스 오브 뉴욕’과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버락 오바마(대통령)도 아니고, 빌 클린턴(전 대통령)도 아니다. 그들에게 통하는 방식이 (여성인) 나에게도 그대로 통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나 같은) 여성이 연방 상원의원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출마했을 때 롤 모델은 남성이 대부분”이라며 “사람들은 여성(정치인)을 남성과 전혀 다른 렌즈를 통해 본다. 그런 게 나쁜 건 아니지만 하나의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클린턴은 자신이 ‘차갑고 감정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유도 “(성인이 된 뒤) 여성으로서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하버드대 법학대학원(로스쿨) 입학시험을 보러 갔을 때만 해도 로스쿨 시험을 보는 여학생은 거의 없었고 시험 보러 온 남학생들이 ‘너희가 왜 여기 있느냐. 너희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많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중 한 남학생은 “너희(여학생)가 내 자리(로스쿨 합격)를 뺏으면 난 징집돼 베트남에 가서 죽고 말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클린턴은 “그들 때문에 정신이 흐트러져 시험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관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땅바닥만 바라봤다. 젊은 여성으로서 나는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고 그건 힘든 길이었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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