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4년 반 동안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 윌리엄앤드메리대 총장(사진)이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수리 불가능 수준(beyond repair)”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게이츠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어떤 방식으로 무력을 사용할지 진지하게 밝힌 적이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안보 분야의 신뢰도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게이츠는 미중 간 동아시아 주도권 경쟁, 북한의 핵위협, 그리고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 위협을 거론하며 “다음 대통령이 마주할 첫 위기는 국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운다고 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칭찬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했다”며 “세계 정세에 대한 의도적인 무지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게이츠는 이어 “트럼프는 군인과 그 가족에게 모욕을 줬고 군 지도자를 ‘나라의 수치’라고 불렀다”며 “최근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부 재고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통령이 한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점을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클린턴은 실패한 리비아 정권 교체 정책의 가장 큰 지지자였다”며 클린턴 역시 국제 분야에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선거 전까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중동, 국제교역 문제에 대해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신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며 “(이 같은 태도 변화는) 나를 포함한 많은 유권자의 투표 행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보수 성향 외교안보 분야 인사는 게이츠뿐이 아니다. 8월엔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네그로폰테 초대 국가정보국장(DNI) 등 공화당 정부에서 안보 분야 최고위직을 지낸 인사 50명이 공개성명을 내고 트럼프 지지 거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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