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5주년 기념일(11일) 엿새 뒤인 17일 오후 8시 반경 미국 뉴욕 맨해튼 번화가에서 사제 폭발물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토요일 밤을 맞아 맨해튼 남서부 첼시 지역의 식당가와 쇼핑센터를 찾은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행인 등 최소 29명이 부상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1명은 중상이다.
첫 폭발로부터 2시간 반가량 지난 오후 11시경에는 폭발 현장에서 네 블록 떨어진 곳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압력솥이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뉴욕 심장부인 맨해튼에 수상한 물건들이 몰래 설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형 테러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압력솥 폭탄은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 때 이용됐던 급조 폭발물이다.
앞서 이날 오전엔 뉴저지 주 시사이드 파크에서 ‘해병대 자선 마라톤’이 개막하기 직전 행사장 인근에서 파이프 모양의 폭발물이 터졌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행사는 취소됐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번 사건이 고의적인 행위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테러와 연관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어 “뉴저지 폭발과 맨해튼 폭발 간에는 어떤 연관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 토요일 밤 인적 많은 곳 강한 폭발
뉴욕경찰(NYPD)에 따르면 문제의 폭발은 이날 오후 8시 반경 맨해튼 첼시 지역 중 세로축 중심도로인 6번가와 7번가 사이, 가로축 23번 도로와 교차 지점에서 발생했다. 시각장애인 지원시설로 이용되는 건물 밖이었다. CNN방송은 “길거리용 쓰레기통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며 산산조각 난 쓰레기통 사진을 공개했다.
식당이 밀집한 지역인 데다 토요일 밤이어서 길거리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근처를 지나던 루크 매코널 씨는 “큰 폭발음과 함께 강한 진동이 느껴졌고 하얀 연기가 올라왔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폭발음은 허드슨 강 건너 뉴저지 주에서도 들릴 만큼 컸다.
폭발에 따른 진동은 5, 6블록 떨어진 곳에서도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인근 5층짜리 건물의 유리창이 깨졌고, 주변을 지나거나 주차 중이던 자동차의 유리가 깨지기도 했다.
사건 발생 직후 NYPD와 소방당국 외에도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관계자들이 현장에 출동해 추가 폭발물 수색을 벌였다.
○ 9·11테러 15주년 ‘테러 공포’ 뉴욕
더블라지오 시장은 “뉴욕은 이런 위협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의 상징성 때문에 미 언론과 시민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뉴욕시 관계자는 “이번 폭발은 그냥 길거리 쓰레기통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무엇을 노린 것인지,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맨해튼에 대해 촘촘한 대(對)테러 경비망을 구축해왔다. 특히 NYPD가 맨해튼 두 곳에 설치한 ‘영역인식체계(DAS)’는 수천 개의 폐쇄회로(CC)TV를 연결해 수상한 물체나 사람을 알고리즘으로 찾아낸다. 그러나 이번 폭발에선 이런 DAS가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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