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창정이 6일 낸 신곡 ‘내가 저지른 사랑’으로 13일째 멜론 등 주요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18일 현재). 시간대별로 요동치는 변덕쟁이 가요차트에서 유별난 선전. ‘내가 저지른 사랑’은 10일 하루 동안 멜론닷컴에서 실시간 점유율 순간 최고치 기록을 의미하는 ‘지붕킥’을 100회 달성하며 2013년 싸이의 ‘젠틀맨’(89회) 기록도 깼다.
적잖은 가요 팬은 17일 판도가 바뀌리라 예상했다. MBC TV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아이돌 그룹 엑소가 합작한 ‘Dancing King’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흐름은 ‘임창정 현상’에 가까워졌다.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한 뒤 가수, 배우, 예능인을 오가며 부침을 거듭한 그는 2000년대 들어 거의 영화 속 좀비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줬다. ‘소주 한 잔’(2003년)은 차가운 계절 스테디셀러가 됐다. ‘오랜만이야’(2009년)에 이어 지난해 ‘또 다시 사랑’으로 또 차트 정상에 올랐다. 1990년대 한국적 발라드로 스타덤에 오른 이들 중 이만한 현재진행형의 파괴력을 보여준 이는 찾기 힘들다.
아이돌과 힙합의 대세 속에서 시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임창정식 발라드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恨)’으로 대표되는 한국적 정서에 주목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를 윤종신과 비교했다. “남성의 ‘찌질한’ 사랑이 소재라는 점에서 둘은 통하지만 윤종신이 소녀적 감성, 문학적 분위기에 기댄다면 임창정은 좀 더 저잣거리, 속세의 느낌이 강하다”면서 “배우로서 맡아온 배역, 예능 캐릭터, 사생활까지 한국적 대중문화 감성에 너무도 어울리는 캐릭터 서사를 확보했다”고 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세월이 가면’처럼 가사와 멜로디의 힘으로 승부하는 가요의 전통에 닿아 있다. 이혼 후 예전의 까불까불한 이미지 대신 다소 어두운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임창정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한몫했다”고 했다.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R&B에 비해 질박한 가창도 장점일까. 조홍경 보컬 트레이너(‘슈퍼스타K’ ‘히든싱어’)는 “임 씨의 가창은 성대에서 두성(頭聲)까지 이어지는 비강(鼻腔)대 연결이 좋을 뿐 아니라 동시에 성대에서 (소리를) 끈끈하게 잡아줘 음정이 3도, 5도 도약할 때 포르타멘토(음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가는 것)가 정확하고 아름다운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절의 허탈함이 클라이맥스의 급진적 고음으로 이어지는 ‘내가 저지른 사랑’은 이런 매력을 잘 드러낸 선택”이라며 “기교파 가수는 음표 수가 적은 노래에 약한 데 반해 그는 호소력 있는 고음으로 쭉 뽑아 승부하는 게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SBS 김영욱 PD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판듀)에 임창정을 두 번 출연시켰다. 김 PD는 “임 씨는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을 위한) 노래방 애플리케이션 녹음도 단 한 번에 끝냈다”면서 “노래부터 예능까지 감각이 뛰어난데, 보고 듣는 이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서민적 천재’형이다. 판듀 시즌2에 또 섭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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