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김대환씨, 10월 日대회 출전
“아빠는 왜 경기 안해?” 아들 말에 프로 뛰어들어 7승1패 전적
커다란 덩치의 두 남자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사방으로 땀방울이 튀었다. 교전(交戰) 중 주먹을 감싼 글러브가 상대의 얼굴에 닿을 땐 ‘쩍’ 하는 파열음이 거친 숨소리를 뚫고 나왔다. 상대의 주먹이 스쳤던 얼굴은 금세 붉게 부풀어 올랐다.
지난달 서울 중랑구의 한 격투기 체육관에서 만난 국내 유일의 UFC(세계 최대의 격투기 단체) 해설위원 김대환 씨(37). 그는 이날 자신의 격투기 스승인 김훈 관장(36)과 실전 같은 훈련에 들어갔다. 격투기 해설가가 얼굴이 망가져가며 격한 운동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국내 격투기 팬들에게 김 해설위원의 목소리는 낯설지 않다. 그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M-1, 프라이드, UFC 등 굵직한 격투기 단체의 국내 중계방송의 해설을 도맡아 왔다. 종합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전사의 심장’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 등의 유행어도 그가 TV 중계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종합격투기는 권투, 유도, 레슬링 등을 혼합해 상대와 겨루는 스포츠다.
김 해설위원은 자신을 격투기 ‘덕후’(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변형한 말)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어릴 땐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유도, 킥복싱, 복싱을 수련했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였죠. 학교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는 ‘모범생’에 가까웠습니다.”
모범생이던 그가 대학을 다니던 2003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대학 시절 틈틈이 운영했던 격투기 홈페이지를 본 방송국에서 격투기 해설가 자리를 제안했다. 당시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어학 연수를 가려던 계획을 접고 해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프라이드 등 굵직한 격투기 단체의 해설을 도맡았고 실력을 인정받아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격투기 단체인 로드FC와 세계 최대 단체 UFC의 해설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에서 TV로 격투기를 시청하는 팬들은 모두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해설을 듣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그는 입으로만 격투기를 즐기진 않는다. 그는 2011년 3월 영국 노리치의 격투기 단체 ECFF에서 데뷔전을 치른 프로 격투기 선수다. 그는 “실제 경기를 뛰지 않고 해설한다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아들이 ‘아빠는 종합격투기 좋아한다면서 왜 경기는 안 해?’라고 물었을 때 아무런 답을 해줄 수 없는 게 답답해 대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전에서 코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첫 승리를 따냈다. 이후 2014년 로드FC에서 브라질의 더글러스 고바야시에게 1라운드 KO 승을 거두는 등 프로 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그의 전적은 7승 1패. 이 중 6번이 KO 승이었다.
격투기 방송 해설자로 자리 잡은 그는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섰다. 올 10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워도그 케이지 파이트’ 대회에서 생애 첫 챔피언 타이틀전을 갖는 기회를 잡았다. 그는 이 대회에서 이미 세 차례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만약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다면 저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격투 덕후가 되는 셈이에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으니 꽤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좋아하는 게 생기면 겁내지 말고 온몸을 던져 도전하세요. 어떤 식으로든 인생에 보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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