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4.5의 지진은 12일 지진(규모 5.8)보다 강도가 약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느낀 공포감은 12일 지진 때에 비해 훨씬 컸다. 경주에서 가까운 부산 울산 대구는 물론이고 광주와 대전 그리고 서울과 경기 북부까지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일주일 전 지진의 실체를 목격한 뒤 주민들의 반응이 더욱 민감해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여진이 아닌 또 다른 강진의 ‘전초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민들의 불안감은 공포감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대응도 일주일 전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아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지진으로 가장 놀란 건 경주 시민들이다. 김모 씨(22·경주시 충효동)는 “‘우웅’ 하는 소리가 크게 나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서로 부딪쳐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12일 지진 때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다. 담장과 주택 내부 벽이 금 가고 벌어졌지만 며칠 동안 비가 내리면서 복구에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열 씨(59·경주시 내남면 덕천2리)는 “바닥을 크게 내리치고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던 지난번 지진과 달리 이번에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바닥에서 쿵쾅거리는 흔들림이 5, 6차례 계속됐다”며 “집 안 물건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마당으로 뛰쳐나갈 만큼 겁에 질렸다”고 전했다. 이 마을 60여 가구 120여 명은 상당수가 지진 직후 집 밖으로 나와 한동안 귀가하지 못했다. 한 주민은 “처음 이후 여진이 2, 3번 정도 계속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는 충청 강원 수도권 등 전국에서 빗발쳐 지진 발생 후 약 2시간 동안 1만2625건이 접수됐다. 도로나 마당에 일부 금이 갔다는 피해 신고도 11건 접수돼 각 지방자치단체 등이 정확한 현황을 파악 중이다. 다행히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시설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SK하이닉스 충북 청주 반도체 공장의 일부 라인이 안전점검 차원에서 잠시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지진이 여진이 맞느냐는 것이다. 일단 기상청은 12일 지진의 여전이라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여진 가능성이 높지만 새로운 지진의 전진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거리로 보면 여진일 가능성이 높지만 본진이 다른 단층을 건드려서 새로운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새로운 지진의 전진인지 앞선 본진의 여진인지는 지진이 끝난 다음에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진 여부를 떠나 전국에서 감지될 정도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일주일 전에 비해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국민안전처의 경우 이날도 지진 직후 홈페이지가 접속자 폭주로 다운됐다. 이 때문에 지진 발생 상황과 대피방법 등을 확인하려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안전처는 12일 지진 발생 후 홈페이지 서버 용량을 8배 증설했지만 폭주하는 접속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날 경주 지역에는 지진 발생 5분과 8분 뒤 2차례에 걸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번에는 경주시가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안전처 관계자는 “경주시가 신속한 전달을 위해 직접 발송하겠다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진 영향이 있는 울산·대구 등의 지역은 약 14분이 지난 뒤에야 안전처의 문자가 발송됐다.
지진 감지 신고와 1차 피해 집계는 1시간 47분 뒤에야 언론에 공지됐다. 안전처 관계자는 “기상청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바로 통보를 해주도록 돼 있는데 이번엔 그보다 규모가 작아 전보다 대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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