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반기문 띄우기’… 비박 “구세주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0일 03시 00분


정진석, 최고위서 “금의환향 기대”… 대선주자들 “여론 워낙 빨리 변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공식 석상에서까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의 이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등과 함께 미국에서 반 총장과 면담한 얘기를 꺼내며 “10년 동안 국제외교부 수장으로서의 노고를 위로 드리고 그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써 달라는 인사를 드렸다”며 “반 총장이 10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바로 1월에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여당과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반 총장이 귀국한 뒤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도 관심을 갖고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내년 대선에서 여당의 대선 주자 대열에 합류해 달라는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를 놓고 새누리당이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 발언을 계기로 ‘반기문 띄우기’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는 여권에 아직 두드러진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관심이 야권의 유력 주자들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아직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의사도 밝히지 않은 장외 주자를 향해 노골적인 구애를 하는 게 볼썽사납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개회의에서 반 총장을 너무 치켜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반 총장은 대선의 ‘대’ 자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도나 관심도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은 계속 (대선 주자로) 회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에서 아직 반 총장 영입 전략을 세우거나 실행하는 차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과 여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훌륭한 분들이 오셔서 우리 정치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면서도 “반 총장이 구세주라도 되는 양 너무 추어올린다면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금 여론조사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은 있지만 요즘은 워낙 여론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대선까지는) 충분히 긴 시간”이라며 반기문 대세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반기문#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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