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작품 중 ‘헤드윅’과 함께 여장 남자 분장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작품이 있다. 드래그퀸(여장 남자)인 롤라와 엔젤 6명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킹키부츠’다. 킹키부츠의 분장은 여느 뮤지컬과 다르다. 여배우보단 남자 배우에게, 주연 배우보단 앙상블 엔젤 배우 6명에게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엔젤 배우의 분장을 통해 여장 남자 분장의 화려하고 복잡한 과정을 들여다봤다.
○ 1단계 ‘킹키부츠 색깔 따라 메이크업 색상 정하기’
이달 중순 저녁 공연을 4시간 앞두고 엔젤 역의 우지원(33)이 분장대에 앉았다.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마타하리’ 등 뮤지컬에서 분장을 담당한 20년 경력의 이모용 분장감독의 손이 바빠졌다. 이 감독은 “엔젤 배우들의 분장 순서는 크게 메이크업→의상→가슴 메이크업→가발 착용→킹키부츠 착용 순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롤라의 메이크업 색상은 빨강이다. 엔젤 배우 6명의 메이크업 색상은 1막 ‘섹스 이즈 인 더 힐’에서 신고 나오는 킹키부츠의 색깔(보라, 짙은 갈색, 청록, 파랑, 오렌지, 분홍)에 따른다.
○ 2단계 ‘화려한 메이크업’
이 감독은 우지원의 눈썹에 제일 먼저 더마 왁스를 발랐다. 이 감독은 “더마 왁스를 통해 눈썹을 죽여 피부처럼 만든 뒤 그 위에 색조를 입힌다”고 설명했다. 이후 밝은 톤과 어두운 톤의 파운데이션을 섞어 얼굴 전체에 두껍게 발랐다. 킹키부츠 분장에는 총 43개 아이섀도가 사용되는데, 배우 한 명당 최대 4, 5가지 색상의 섀도를 쓴다. ‘보라’가 메인 컬러인 우지원의 경우 하늘색, 흰색 펄, 연보라, 짙은 보라 등 4개의 섀도와 글리터로 눈 주변을 화려하게 꾸민다. 드래그퀸 메이크업의 특징인 ‘과장’을 위해 눈썹은 기존 눈썹에서 1.5cm 떨어진 지점에 갈매기 날개 모양으로 그린다. 아이라인은 보통 2cm 두께로 두껍게 그리고, 속눈썹은 기본 2개씩 붙인다. 반면 여배우들은 속눈썹을 붙이지 않는다.
○ 3단계 ‘가슴 메이크업’
얼굴 못잖게 공들이는 것이 바로 ‘가슴 메이크업’이다. 어깨 라인이 드러나는 무대 의상을 입은 상태에서 브러시에 짙은 브라운 섀도를 묻혀 가슴 라인을 갈매기 모양으로 그려준다. 섀도 라인 바로 아래에는 흰색 펄을 발라 음영 효과를 극대화한다. 우지원은 “간단한 분장이지만 객석에서 보면 엔젤 배우들의 가슴이 C컵 이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4단계 ‘인모로 만든 가발 장착’
킹키부츠에서 여장 남자 배우들이 쓰는 가발 수는 무려 82개다. 배우들의 머리 사이즈를 잰 뒤 머리 망에 인모(人毛)를 심어 만든다. 이 감독은 “인조 가발은 화학섬유라 드라이도 못하지만 인모 가발은 2일에 한 번 고데 작업을 통해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인모 가발은 분장 스태프 4명이 사람 머리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샴푸 린스 등을 해준다. 또 매일 가발용 특수 빗을 이용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도록 빗질을 한다. 가발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바버핀, 핀컬핀 등 수십 개의 핀으로 고정시킨다. 배우가 장착하는 마이크는 바로 가발 안에 숨겨져 있다.
○ 5단계 ‘킹키부츠 신기’
분장의 완성은 80cm 길이의 킹키부츠를 신는 작업이다. 15cm 굽의 화려한 킹키부츠를 신으면 드래그퀸으로 180도 변신에 성공한다. 우지원은 “이 신발을 신는 순간 엔젤로서 자신감이 100% 완성된다”며 웃었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높은 굽을 신고 춤을 추다 보니 공연이 끝나면 엔젤 배우들은 발에 꼭 얼음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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