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에 들어서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제3공장 건설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송도 지역에는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해 동아제약, 셀트리온 등 한국 대표 제약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신선함이 생명인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인천공항과 가까운 송도가 입지적으로 유리해서다. 도로명도 그래서 ‘바이오대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은 내년 11월 완공, 2018년 4분기(10∼12월) 시생산(의약품 품질 안전성 기관 승인을 받기 위한 생산) 가동을 목표로 현재 지상 2층(총 지상 4층)까지 지어진 상태다. 면적(11만8618m²)은 상암월드컵경기장 두 개를 합한 규모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수주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당초 계획보다 2년 일찍 3공장을 착공했다”며 “1공장(생산능력 3만 L)과 2공장(15만 L)에 더해 3공장(18만 L)까지 가동되는 2020년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CMO 기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장을 한 번에 다 돌렸을 때 36만 L를 배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쟁업체는 스위스 론자가 26만 L,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24만 L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처음으로 3공장 건설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성공신화를 녹여
CMO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세포배양 기술 등을 이용하는 제조업이다. 반도체 업계의 ‘파운더리(위탁생산)’와 유사하다. 그래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공신화에서 많은 노하우와 힌트를 따왔다. 다른 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편인 제약업계에서 ‘파격적인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 사장은 “제약업은 특허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이 팔아야 돈을 버는 구조라 공사기간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며 “평균 48개월 걸리던 건설 기간을 29개월로 줄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동안 바이오제약 산업에선 사용하지 않던 신공법을 총동원했다. 박세강 삼성바이오로직스 엔지니어링프로젝트매니지먼트 팀장은 “한 층 올리는 데 평균 4주 걸린다”며 “외관을 올리는 동시에 배양기와 클린룸, 물탱크 등 주요 시설물을 설치하는 병렬 공법을 써서 공기를 단축했다”고 말했다. 또 파이프가 복잡하게 연결된 형태로 구성된 바이오의약품 공장 특성상 평면(2D) 설계도를 보며 공사를 진행하면 오차가 생기기 쉬운 만큼 반도체 플랜트 시공에서 많이 쓰는 3차원(3D) 설계 기술을 도입했다.
○ 한 치의 오차도 허용 안돼
제약업은 ‘과정의 산업’으로도 불린다. 사람 몸에 직접적으로 주입되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어떤 환경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 여기에도 삼성전자의 제조업 경험이 많이 활용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약사 최초로 1공장과 2공장을 통합 관리하는 중앙공조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중앙통제실’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때도 한곳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점이 신뢰성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FDA에서 받은 승인 1건을 포함해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의약품 판매 승인을 7건이나 받았다.
품질관리만 하는 QC동을 별도로 설치해 연간 47만 건, 하루 평균 1200개의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다. 1, 2공장은 공기에 떠다니는 부유균과 낙하균뿐 아니라 사람 몸, 물건 등에 묻은 균을 확인하기 위해 1주일에 5000개 지점을 모니터링하고 검사한다.
올 11월 상장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예상 공모금액은 약 3조 원. 상장에 성공하면 시가총액 10조 원대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30위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20일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2부작 사내방송을 시작했다. 삼성은 방송에서 “제약산업의 축이 합성제약에서 바이오로 이동하고 있다”며 “반도체를 능가하는 시장을 누가 어떻게 점령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