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주가차익 노린 투자 각광… 관련 펀드 8월까지 1148억 설정
수요 늘며 수익률↓ 위험도↑ 기업 채무상환 능력 따져봐야
상장기업들의 전환사채(CB) 발행이 크게 늘고 있다. 투자자들도 금리 수익과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와 현대증권 등에 따르면 2013년 83건에 불과했던 전환사채 발행 건수는 2014년 227건, 2015년 345건에 이어 올해 8월까지 414건으로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이 올해 들어 7월까지 발행한 전환사채는 1조4562억 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1% 늘었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장기업이나 구조조정 기업들이 회사채보다 상대적으로 발행이 쉬운 전환사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발행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환사채는 주식과 연계된 채권으로 일정 기간(보통 1년 정도)이 지나면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조건이 부여돼 있다. 상환이나 만기 전까지 일정한 금액의 금리를 보장받고 이후 주식 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 안정적인 금리와 추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최근 전환사채의 이런 장점을 활용한 펀드도 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2년 말 48억 원이었던 전환사채 관련 펀드 설정액은 2015년 말 1420억 원으로 성장했다. 올해(1∼8월)는 1148억 원이 전환사채 관련 펀드로 흘러들어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환사채를 담은 ‘메자닌 펀드(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지닌 전환사채 등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연평균 10% 내외에 이르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하기 적절한 전환사채의 공급보다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위험이 커지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는 “저금리로 메자닌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많아지자 이자가 내려가 투자하기에 불리해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환사채의 보장금리는 4%, 표면금리는 2% 정도가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보장금리 2%, 표면금리 0%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예전과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반면 기업에 대한 위험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 펀드에 편입된 전환사채의 대부분이 BB등급 정도의 신용도를 가진 ‘투기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물량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채무를 갚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올 상반기에 코스닥 기업 나노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전환사채가 담긴 메자닌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전환사채 투자가 사모에서 공모펀드로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채무 상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묻지 마’식 투자도 늘고 있다”며 “운용사의 운용 실적과 기업 내용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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