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 마지막 수인 백 ○에 대해 검토실이 계속 아쉬워한 이유는 뭘까. 검토실은 백 ○로는 15의 곳에 둬야 했다고 지적했다. 수상전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어서 돌의 모양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는 수를 찾아야 한다. 백 ○는 세련되긴 했지만 사문(死門)으로 들어가는 수였다. 조한승 9단은 아마 백 ○를 놓은 직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백 ○가 놓이면 백 14까지는 필연적인 수순. 다른 우회로가 없다.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는 격언처럼 흑 15가 수상전을 끝내버리는 급소. 1선에 내려뻗은 흑 11이 톡톡히 제 몫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백의 수가 확 줄어들었다. 흑은 다섯 수 만에 잡히는데 백은 아무리 용을 써도 네 수를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백이 15의 곳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수상전은 백의 승리였다. 따라서 흑은 전보에서 보여줬던 참고도처럼 중간에 수순을 틀어서 타협해야만 했다.
백 16으로 안간힘을 쓰며 버텨보려고 하지만 흑 17이 패의 여지마저 없애는 정확한 급소. 이후 참고도 백 1로 잇는 것이 최선인데 흑 2의 치중이 백의 저항을 무력화시킨다. 흑 8까지 백이 한 수 부족이다. 우변 백이 별다른 대가를 얻지 못한 채 몰살해선 흑 우세가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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