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어제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1967년 롯데그룹 창사 이래 총수의 검찰 소환은 처음이다. 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롯데제주리조트 등을 헐값에 호텔롯데로 넘긴 배임 혐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실제로 일하지 않는 친족을 등기이사로 올려 공짜 급여를 준 횡령 혐의 등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배임 및 횡령 혐의 액수는 2000억 원 안팎이다. 6월 10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롯데 수사가 100여 일 만에 신 회장에 대한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로 마무리되는 국면이다.
이번 수사는 롯데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 이어 롯데홈쇼핑 갑질, 불투명한 순환출자구조 등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검찰은 오너의 지시로 그룹 차원에서 비자금 조성 비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에 따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정작 비자금은 찾아내지 못했다. 주요 피의자들의 영장이 법원에서 번번이 기각되기도 했다.
3개 부서를 동원해 전방위 수사를 한 검찰로서는 총수를 구속해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에는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안이 적지 않다. 오너 일가가 거액의 공짜 급여를 받으며 기업을 사유화한 비리를 캐낸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의 재산을 탈세 혐의와 관련해 압류한 조치도 신속했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면세사업 확장과 국부 유출 논란, 비자금 조성 등 국민의 관심이 높은 의혹은 그대로 남아 있다. 신 총괄회장의 노쇠와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도 핵심 부분의 수사를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다.
롯데 측에선 신 회장이 구속되면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져 한국 롯데가 일본 회사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 롯데는 변명으로 눈앞의 위기만 넘기려 할 게 아니라 윤리경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법원은 신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범죄 혐의에 대해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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