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정 교사 26년째 수업 활용… 교과서에 나오는 주제 선택해
학생들이 대본-연출-연기 맡아… 협동심 기르며 몸으로 내용 익혀
우리 반 왕따가 ‘왕따’를 연기한다. “싫어. 때리지 마!” 아이는 한 번도 말하지 못했지만, 가장 하고 싶었던 그 말을 교실 안 연극 무대에서 외쳤다. 빛나는 연기로 친구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주인공인 학생은 이제 무대 밖에서도 무시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다.
‘교육 연극’의 대가로 불리는 구민정 한국교육연극학회 이사(50·여·방이중 교사·사진)는 이런 방식의 교육 연극을 통해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20년 넘게 지켜봤다. 교육 연극이란 말 그대로 교육을 위한 연극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주제로 연극 대본 작성부터 연출, 연기까지 모두 학생이 맡는다. 그는 따돌림을 당하던 소심한 학생이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남의 감정에 무심하던 아이들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걸 목격했다.
학생들은 연극 속에서 직접 학교 폭력 가해자, 피해자가 돼 보며 역지사지를 배웠다. 지적 장애가 있는 학생, 소위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연극을 통해 자존감을 기르고 책임감을 익혔다. 구 이사는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친구와 협동해 연극을 올리며 남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 이사는 1991년 중학교 사회 교사로 부임한 후 학생들이 학교 폭력, 세대 간 갈등부터 새만금 간척사업, 천성산 터널 공사 등 구체적인 사회 갈등을 연극을 통해 배우게 했다. 연극할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계획대로 진도를 나가기 위해 중복되거나 연결할 수 있는 단원을 합쳐 교과서를 재구성했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고교 선택 과목에 연극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고, 최근 서울시교육청도 중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연극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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